골반이 욱신욱신…
혹시 골반울혈증후군?

골반 주변이 욱신거리거나, 묵직한 통증이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지속되는 골반 통증은 방치하면 위험하다. 근육통증이 아닌 '골반울혈증후군' 일 수 있다.
골반울혈증후군은 국내 만성골반통증 환자 10명 중 3~4명이 가지고 있는 질환이다. 난소정맥 속 판막이 고장나 혈액이 역류하면서 골반 내 정맥총(혈관덩어리)에 울혈이 생기는 일종의 정맥류다. 이 질환이 있으면 골반 주변에 통증을 느끼며, 정맥류 질환 가족력이 있으면 잘 나타난다. 김건우 민트병원 원장(인터벤션 영상의학 전문의)은“하지정맥류와 발병원인은 같지만 부위가 다른 것”이라며“난소 쪽에 유발된 정맥류는 혈액을 심장으로 원활히 흘려보내지 못하고 골반에 뭉쳐 골반통증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골반울혈증후군은 진단이 어렵다. 대중 인지도가 낮아 환자가 단순히 '골반 주변이 아프다'고 생각할 뿐, 난소에 정맥류가 생겼다는 가능성을 인지하기 쉽지 않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좋아지고, 진통제를 사용하면 통증이 줄어드는 탓도 있다.
통증 부위가 애매한 것도 원인이다. 김건우 원장은 “자궁과 골반 주변부는 피부에 비해 신경이 적게 분포돼 있어 통증이 국소화되지 않고 넓은 부위에 나타나 통증이 모호하게 느껴진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허리·척추문제, 탈장, 맹장염, 자궁근종 등과 혼동하기 쉽기 때문에 관련 없는 병원을 찾게 되며 치료시기가 더욱 늦어진다”고 말했다.
골반울혈증후군이 있으면 골반외에 배나 엉덩이에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생리 직전, 오래 서 있거나 앉아있을 때, 성관계 후 통증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질염·방광염에 자주 노출되거나, 성교통이 심한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김건우 원장은 골반울혈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확한 지표로 회음부나 사타구니나 엉덩이에 꼬불꼬불하고 굵은 혈관이 비치는 것을 꼽았다. 골반부위에 간헐적인 통증이 나타나면서 허벅지 안쪽, 음부 등에 면발처럼 튀어나온 혈관이 만져진다면 골반울혈증후군일 확률이 높다. 병원에서는 간단히 질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김 원장은 “산부인과에서 환자의 골반울혈증후군을 의심해 영상의학과로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며 “영상의학과에는 일반 초음파보다는 혈관의 기형이 및 흐름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도플러초음파를 활용하고 있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확진은 MRI를 사용한다.
골반울혈증후군으로 진단받은 경우, 초기에는 3개월 정도 약물치료하며 경과를 지켜본다. 정도가 심하면 색전술을 시행한다. 색전술은 혈관내 치료법인 ‘인터벤션 시술’의 일종이다. 2㎜ 크기의 얇은 카테터를 혈관 속에 넣어 역류된 곳을 경화제 등으로 막아 문제 혈관을 차단한다. 김건우 원장은 “골반울혈증후군 색전술은 난소정맥부전과 골반정맥류를 진단과 동시에 치료할 수 있고, 시술 합병증이 없으며, 기존 치료법에 비해 입원 기간이 짧은 게 장점”이라며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간단한 시술이면서 통증 감소 효과가 커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