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후, '자궁근종'이 출산 발목 잡는다?

무증상이 증상, 모르고 지내다 임신 후 초음파검사중 발견되기도 … 필요시 비수술적 치료로 안전하게 개선
글 ㅣ김재욱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대표원장 (인터벤션 영상의학과 전문의)
입력 2017-05-12 00:59
최근 자궁근종 문제로 내원하는 환자 중 20~30대 미혼 여성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시대이고, 커리어를 위해 결혼을 미루는 경우도 늘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혹시나 근종으로 인해 임신이 어려워 질까봐 근심한다. 한창 젊다고 생각한 나이에 자신의 여성으로서의 상징을 잃을까봐 불안하다. 실제로 한 30대 후반 여성은 자신의 어머니가 자궁적출수술을 한 것을 보고 자신도 같은 일을 겪을까봐 상당히 걱정하고 있었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지만 혹시 모를 출산기회를 날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자궁근종은 자궁근육층에 생기는 양성종양으로 성인여성에서 흔한 질환 중 하나다. 호르몬 작용에 민감한 자궁 체부, 자궁 경부 등의 근육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생긴다. 경우에 따라 난소, 질, 자궁 주변 조직에 생기기도 한다. 가임기 여성에서 흔히 발생하며 35세에서는 40~60%, 50세에서는 70~80%의 빈도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자궁근종은 이렇다 할 증상이 없어 미혼 시절까지 모르고 지내다가 임신 후 초음파검사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적잖다. 주증상은 ‘월경과다’ 현상이다. 장기간 출혈로 빈혈이 심해지면 손발톱이 얇아지거나 잘 부러지는 조갑건열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밖에 성관계를 가질 때 통증이 심하며 출혈이 나타나고, 복통이 느껴지기도 한다. 근종이 방광이나 대장을 누르는 상태라면 빈뇨, 급박뇨, 변비, 대변폐색 등이 유발될 수 있다. 골반 내 신경을 누르면 하지, 허리, 둔부 신경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은 정기적으로 자궁근종 여부를 확인하는 검진을 시행해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가 되는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은 뒤 임신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근종이 임신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다만 근종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서 임신 중후반부에 조기진통을 만들거나, 태아 위치를 비정상으로 만들거나, 분만 후 출혈 과다를 만드는 등 문제를 만들 위험성은 존재한다. 근종으로 자궁내막이 얇아진 경우 태아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혈액공급량이 줄어들어 심한 경우 유산에 이를 수 있다.
또 근종 아래쪽에 태반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 산후 출혈, 잔류 태반, 태반 조기박리 등이 나타나는 빈도가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자궁근종이 많거나 큰 게 여러개 있을수록 이같은 합병증이 쉽게 나타난다.
근종이 산도를 막고 있는 이상 대부분 정상분만으로 출산할 수 있다. 하지만 근종 크기가 커 산도가 좁아진 경우에는 제왕절개를 고려해야 한다.
출산 전 자궁근종으로 문제가 생긴 미혼·비출산 여성이라면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이를 개선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자궁근종이 심한 경우 거의 대부분 자궁적출로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궁을 보존하고 미혼여성의 경우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치료법이 등장하며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자궁근종 치료법으로는 약물요법, 절제술, MR하이푸, 자궁근종색전술, 개복수술 등이 대표적이다. 근종의 크기가 지나치게 큰 경우 수술이 불가피하지만 아주 심각하지 않다면 비수술적 요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치료법은 단연 ‘MR하이푸’다. 하이푸는 고강도 초음파를 종양에 집적, 정확하게 태우는 치료법으로 마취를 하지 않고, 출혈이 없기 때문에 수술을 꺼리는 여성들에게서 선호도가 높다. 근종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출혈 및 자궁조직 약화로 자궁손상을 최소화해 염증·혈종·장기 유착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임·유산·조산 등의 위험을 줄여 미혼 여성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MR하이푸는 기존 초음파를 보며 시행하는 하이푸치료와 달리 MRI(자기공명영상)를 적용해 3차원적 입체 관찰이 가능해졌다. 근종 이외의 장기 온도까지도 체크하며 치료하기 때문에 다른 장기가 손상되는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했다. 보통 하이푸 시술 전후 MRI검사가 이뤄지는데, MR하이푸는 자리 이동이나 대기 없이 검사, 시술, 치료결과 확인까지 한 번에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것도 강점이다.
자궁근종색전술도 비수술적 치료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사타구니에 2㎜ 가량 주사구멍을 낸 뒤 혈관 속으로 카테터를 삽입, 근종으로 이어진 혈관을 찾아 입구를 색전제로 폐쇄, 근종을 괴사시킨다. 시술 후 근종에 공급되던 혈액, 영양분, 산소가 차단되며 근종의 크기가 줄어들며 증상이 호전된다.
자궁은 여성에게 중요한 신체기관으로 최대한 자궁을 보존하고 임신 가능성을 유지하는 치료법을 적용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자궁질환은 적재적소에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자체로 불임이나 난임을 유발할 수 있고, 자궁적출술 등 부담이 큰 치료법을 선택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미혼 여성이라도 평소 관심을 갖고 정기적으로 검진받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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