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경향] 자궁근종,
목욕탕에서 찾았다고요?
“언니, 복부 지방흡입 한 거 아니지? 산부인과 한번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주부 황모 씨(37)는 최근 사우나에 갔다가 세신사로부터 병원검진을 받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건강에는 자신 있다고 여겼지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으니 괜히 마음이 찝찝했다. 배를 만져봐도 똥배만 만져질뿐, 특별한 덩어리가 느껴지진 않았다. 그럼에도 혹시 몰라 병원을 찾았더니 큰 자궁근종이 자리잡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평소 월경량이 과도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때밀러 갔다가’ 세신사로부터 여성질환을 의심해보라는 이야길 듣는 여성이 적잖다. 유방암의 경우 건강검진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적잖은 환자들이 세신사를 통해 내원해 문제를 발견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한유방암학회는 한때 세신사들을 대상으로 유방암 조기발견 캠페인에 나서기도 했다.
김재욱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원장은 “요즘에도 세신사나 마사지사로부터 뭔가 느껴지니 병원에 가보라는 이야길 듣고 왔다는 환자가 종종 있다”며 “세신사는 매일 사람의 몸을 다루는 만큼 일반인에 비해 촉감에 더 예민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유방암·크기가 큰 자궁근종 등은 일종의 혹이다보니 손끝에서도 어느 정도 ‘감’이 느껴질 수 있다”며 “다만 자궁근종·유방암이 정말 피부 위로 튀어나와 있을 정도면 이미 문제가 심각한 것이고, 그게 아니라도 피부 속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분명 다르다”고 설명했다.
유방암보다 촉진이 어려운 게 자궁근종이다. 자궁근종은 일종의 양성종양으로 국내 가임기 여성의 약 절반 정도가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궁근종은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양한데, 경우에 따라서는 출혈 증상 등 없이 임신한 것처럼 커져서 만져지는 경우도 있다.

김재욱 원장은 “자궁근종은 평생 관찰만 해도 좋을 정도로 작고 성장이 느린 것부터 치료가 지체돼 주변 장기를 다 누르고 하복부로 불룩 튀어나오는 거대근종 등 형태가 굉장히 다양하다”며 “근종 크기가 클 경우 뱃속에 단단한 야구공이 들어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자궁근종이 커지는 것을 단순히 똥배가 나오고, 나잇살이 찌는 것으로 오인해 방치하는 여성도 있다. 김 원장은 “자궁근종을 뱃살로 오해해 근종 크기가 20㎝까지 커져 복강내를 가득 채운 환자 사례도 있었다”며 “근종의 크기가 크지 않더라도 자궁 뒤쪽에 위치할 경우 직장·골반강을 압박해 하복부 가스가 차고, 아랫배가 묵직한 듯한 증상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궁근종이 똥배로 오인받을 만큼 커질 경우 삶의 질이 더욱 저하될 수 있어 방치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유리하다. 또 이미 근종크기가 지나치게 크다면 자궁적출을 피할 수 없어 조기치료가 최선이다.
자궁근종의 경우 간단한 검진으로 확진할 수 있다. 이후 상황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된다. 크기·위치에 따라 치료 없이 관찰만 하기도 한다.
최근엔 비수술적 치료법의 일종인 자궁근종 MR하이푸 · 자궁근종 색전술 등이 유용하게 쓰인다. 자궁근종 하이푸의 경우 고강도 집적초음파를 통해 완벽한 비침습적 시술로 환자 수요가 높은 치료법이다. 이는 자궁근종 치료에 훌륭한 옵션이나, 어떤 치료법이든 그렇듯 모든 근종에는 100% 적용하기 어렵다. 특히 자궁근종 크기가 지나치게 클 경우 하이푸치료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자궁근종 색전술이 도움이 된다. 사타구니를 2㎜ 정도 미세한하게 절개한 뒤 혈관 속으로 카테터를 삽입, 근종으로 이어진 혈관입구를 색전제로 차단한다. 이때 근종에 공급되던 혈액이 끊기며 근종이 괴사된다. 쪼그라든 자궁근종은 몸속에 남아도 해롭지 않다.
다만 아무리 깨끗하게 근종을 치료했더라도 자궁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 이상 자궁근종은 재발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자궁근종이 새로 자라거나, 크기가 작았던 근종이 커지며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최소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한편 김재욱 원장은 30대에 접어든 여성이라면 유방암 자가검진을 하듯 자궁근종 자가검진에 나서는 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검진은 아침에 방광이 가득 찼을 때 일어나자마자 시행하는 게 좋다.
김 원장은 “복부의 힘을 빼고, 무릎을 펴고 반듯이 누워서 복부를 만졌을 때 단단한 공 같은 게 만져진다면 일단 의심하고, 월경과다가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유리하다”며 “간혹 단단한 혹을 복근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복근은 복부힘을 줬을 때 단단하지 힘을 풀었을 땐 말랑말랑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