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루프에도 대책없는 자궁선근증,
‘색전술’ 치료 도움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거주하는 학원강사 박모 씨(36·여)는 1년 전 자궁선근증으로 진단받았다. 이후 병원으로부터 “루프를 착용하는 게 좋겠다”는 권고에 자궁내 피임장치를 착용해왔다. 하지만 루프를 착용한 뒤 허리통증이 심해지고, 몸이 붓는 느낌이 나 만족스럽진 못했다. 심지어 며칠 전 PT를 받다가 루프가 빠지는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박씨는 자궁선근증으로 너무나 고통받아왔던 탓에 루프가 빠지고 막막했다. 루프가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착용 전 월경 시 과다출혈, 극심한 생리통, 빈혈에 비하면 큰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프가 빠져버리니 다시 시술해도 괜찮을까, 걱정이 됐다. 그는 이런저런 치료법을 알아보던 중 ‘자궁선근증 색전술’이 도움이 된다는 정보를 접했다.
자궁선근종으도 잘 알려진 ‘자궁선근증’은 자궁근육층 내에 자궁내막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것을 통칭한다. 자궁근종이 혹이라면, 자궁선근증은 자궁내막이 비정상적으로 자궁조직 내에 침투해 자궁이 두꺼워지거나 커지는 질환이다.
김하정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원장은 “근육 내에 침투한 조직은 주변의 자궁근층 성장을 촉진해 자궁을 비정상적으로 크게 만든다”며 “심한 경우 10㎝ 이상으로 커진 사례도 있다”며 “자궁선근증은 자궁근종보다 증상이 더 확연히 나타나며 생리과다, 부정출혈, 생리통이 극심해 치료받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티지 못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자궁선근증은 치료법이 딱히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궁적출을 주로 권유했다. 선근증으로 자궁 안에 박힌 조직들을 일일이 수술로 제거하기엔 너무 어려웠기 때문. 선근증이 나타나는 자궁 자체를 제거해 문제를 원천차단하자는 방식을 쓴 셈이다.
최근엔 자궁을 보전하는 비수술적 치료법이 많이 나와 있다. 자궁선근증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처방되는 게 자궁내 피임장치의 일종인 ‘루프 시술’이다. 루프는 제거하면 바로 임신능력을 되찾지만 유지하면 피임효과가 최대 5년까지 이어져 자궁선근증 증상을 완화시키고 피임까지 가능해 선호도가 높다. 루프 시술에는 주로 ‘미레나’가 가장 많이 쓰인다.
김하정 원장은 “미레나는 자궁 안에서 레보노르게스트렐성분(황체호르몬)을 서서히 방출해 특별한 부작용 없이 좋은 피임효과를 보인다”며 “황체호르몬이 수정란착상을 막는 과정에서 생리량이 줄고 기간도 짧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 미레나는 자궁경부를 통과해 시술되는 만큼 이미 출산을 경험한 여성에게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자궁 내에 삽입된 미레나·루프는 자궁선근증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드물게 자궁근종의 크기를 줄여주기도 한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치료 시 자궁내막암 예방목적으로 쓰이기도 해 여성에게 유용한 치료옵션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엉성하게 받으면 위 사례처럼 루프가 체내에서 빠질 수 있어 숙련된 의사에게 시술받아야한다.
단 미레나는 근본적인 자궁선근증·자궁근종치료법이 될 수 없다. 김 원장은 “실제로 자궁선근증·자궁근종 환자 중에는 루프장치에 의존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이를 무작정 미루는 사람이 적잖다”며 “루프는 자궁근종치료가 아닌 악화방지가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루프를 착용해도 증상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비수술적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하이푸와 색전술이다.
하이푸는 고강도 집적초음파로 치료가 필요한 부위에 열을 집적시켜 괴사시키는 방식이다. 단 자궁선근증은 질환 특성상 하이푸를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선근증이 자궁전체에 퍼져있고 자궁이 너무 커져 있다면 자궁선근증 색전술이 훨씬 효과적인 치료가 될 수 있다. 색전술은 자궁내막조직의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아 자궁선근증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치료법이다.
김재욱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원장은 “자궁선근증은 생리통, 생리과다 등 여성의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여성질환 중 하나”라며 “과거와 달리 훌륭한 치료법이 많이 나온 만큼 혼자 감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재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