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리포트] 엄마가 자궁근종 진단받았다면?
딸도 ‘미리 대비’

“최근 생리량이 말도 안 되게 늘어 산부인과를 찾았더니, 자궁근종으로 진단받았습니다. 엄마가 40대 초반에 자궁근종 치료를 받은 기억이 나 혹시나 싶은 마음에 병원을 찾았더니 ‘역시나’네요.”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 씨(34)는 최근 자궁근종으로 진단받고 주치의와 치료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자궁근종은 가임기 성인 여성 2~3명 중 1명이 겪는 흔한 양성종양이다.
직계 가족 3대 중에서 2명 이상이 같은 질병에 걸리는 ‘가족력 질환’ 하면 흔히 암이나 당뇨병, 고혈압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여성질환도 이런 영향을 받는다. 자궁근종도 일종의 가족력 질환처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어머니, 여자형제에게 자궁근종이 있다면 발병확률은 남들보다 2~3배 높다고 볼 수 있다. 선천적으로 체질이 비슷한 부분이 많고, 오랜 기간 같은 식습관·생활환경을 공유하면서 질병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
김하정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집안 여성에서 자궁근종이 발병한 적이 있다면 해당 질환을 인지하고, 자신도 어느 정도 대비를 해두는 게 좋다”며 “가장 좋은 것은 정기검진이다. 자궁근종 여부는 초음파로 간단히 진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를 방치하면 생리량이 과도하게 늘거나, 드물게 근종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지거나, 다발성 자궁근종으로 이어지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미리 관찰하는 게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자궁근종으로 진단받았다면 다양한 치료옵션을 고려하게 된다. 크기가 작고, 일상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정도라면 정기관찰로 예후를 살피게 된다. 간혹 약물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다만 이미 근종이 어느 정도 자라 제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자궁근종 수술이나, 자궁근종 MR하이푸·자궁근종 색전술 등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자궁근종이 이미 생겼다면, 증상이 없을지라도 선제적 치료를 고려할 수도 있는데, 가족력이 없는 사람에 비해 재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현재 자궁근종 치료의 원칙은 ‘증상으로 불편할 때’ 시행하는 것이나, 자궁근종 재발할 위험이 높은 ‘위험군’은 선제치료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과거엔 자궁근종 치료는 거의 외과수술로 이뤄졌기 때문에 6㎝든 12㎝든 똑같이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MR하이푸·색전술 등 다양한 치료방법이 등장해 상황에 따라 칼을 대지 않고도 근종을 치료할 수 있다.
MR하이푸는 MRI(자기공명영상)을 보며 자궁근종의 위치를 파악하고 고강도 직접 초음파를 조사해 근종을 괴사시키는 방법이다. 칼·바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시술이기 때문에 치료 후 통증에 대한 부담이 적고 치료시간이 짧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MRI 유도 방식의 하이푸만 임상치료용으로 허가해 신뢰도가 높다.
MR하이푸는 초음파 영상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1cm 전후의 작은 근종도 치료할 수 있다. 다발성근종이라면 이처럼 작은 근종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MR하이푸는 완전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초음파 하이푸에 비해 우수하다.
하이푸를 적용하기 어려운 거대근종, 다발성 근종, 위치가 애매한 근종은 자궁근종 색전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근종으로 이어는 자궁 동맥을 막아 근종조직에 산소 및 영양분을 차단함으로써 괴사하게 만드는 치료법이다. 사타구니 부위에 2㎜ 정도 절개창을 내는 게 전부인 최소침습시술로 흉터가 지거나 티가 날 우려가 적다.
[메디컬리포트=오현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