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잡아주기보다 ‘잡는 법’ 알려줘야죠”
에티오피아 MCM병원 홍건 박사(첫째 줄 맨 왼쪽)와 민트병원 김재욱 대표원장(첫째 줄 가운데), 현지 의료진의 모습.
민트병원 김재욱 대표원장, 에티오피아 의료진에 ‘인터벤션 시술’ 집중교육
기사입력 2017-09-26 16:39
“의대생 때 몽골, 캄보디아, 아이티 등에서 의료봉사, 선교회 활동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의료 취약국가에게 가장 효과적인 도움은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젊은 날의 깨달음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인 민트병원 김재욱 대표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 그는 이달 초 에티오피아 MCM병원을 방문, 5명의 영상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 및 방사선사 등 현지 의료진에게 일주일간 인터벤션 시술을 집중 교육했다.
인터벤션 시술은 피부에 작은 구멍을 뚫고 미세한 관을 밀어넣어 막힌 조직을 뚫거나 뚫린 곳을 막는 중재술이다. 자궁근종, 간암, 담도 폐쇄, 하지정맥류 등을 치료하거나 혈관 개통, 조직 검사 등을 할 때 중점적으로 시행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술 없는 치료’ ‘비수술’ 등의 수식어는 모두 인터벤션 시술을 일컫는다.
특히 김 원장은 직접적인 치료보다 현지 의료진들의 교육에 봉사의 초점을 맞춘다. 현지 의사들의 역량이 커지고 의료시스템이 자리 잡혀 자체적으로 치료센터가 운영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가 속한 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회는 매달 한 명의 의사를 에티오피아 MCM병원으로 보내 인터벤션 분야의 의료교육을 주도한다. 이같은 활동은 햇수로 벌써 2년째 이어지고 있다.
MCM병원은 2004년 설립된 한국계 선교병원으로 현지에서는 최상급 종합병원으로 통한다. 한국, 미국, 유럽 등지에서 뜻있는 의사와 단체들이 동참해 자립을 도운 결과다. 인터벤션 시술에 필수인 혈관조영장비도 유일하게 갖추고 있으며 자력 운영의 동력을 키우기 위해 MMC라는 의과대학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김 원장은 “아직 에티오피아의 의료수준은 우리나라 70년대와 비슷할 정도로 열악하다”며 “특히 인터벤션 분야는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이번에 교육받은 현지 의사들이 에티오피아 의료계의 ‘개척자’로서 5년, 10년 후 인터벤션 분야를 이끄는 주축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원장은 지난 6일 MCM병원 전체 의료진과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자궁근종에 대한 자궁동맥 색전술’과 ‘남성불임의 원인 정계정맥류 인터벤션 치료’라는 주제로 특강도 진행했다.
아디스아바바 국립의대 영상의학과 전문의 아시나피는 “아프리카는 자궁을 잃으면 여자가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자궁근종이 있어도 수술을 기피하고 방치하기 쉽다”면서 “색전술 등의 비수술 치료가 향후 에티오피아에서도 널리 시행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료소모품 수입의 어려움 역시 에티오피아 의료계가 향후 풀어야할 숙제.
김 원장은 “의료기술뿐 아니라 의료시설, 장비 등에서 폭넓은 지원이 절실하다”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속도 또한 빠르다는 데 희망을 걸고 에티오피아 의료계 발전에 더욱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헬스경향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기사 원문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