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경향신문] 자궁적출수술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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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민트병원 | 작성일자 | 18-02-13 14:27 | 조회 | 1688 |
자궁적출수술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연구결과 자궁적출술을 받은 여성일수록 심혈관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가족계획을 다 마치셨다면 자궁적출술로 문제를 해결하시죠.” 주부 박모 씨(43)가 최근 자궁근종으로 진단받은 뒤 들은 이야기다.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생각도 없지만 막상 자궁을 제거한다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의사에게 다른 치료법은 없냐고 물었지만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라며 자궁적출수술을 추천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궁적출술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부인과 암과 관련된 경우 자궁적출술이 꼭 필요하지만, 근종 때문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자궁근종은 암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낮은 양성종양이다. 월경과다·생리통 등을 유발할 수 있지만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김재욱 원장은 “과거 임신계획이 없는 여성에서 자궁근종·자궁선근증이 나타난 경우 자궁적출술을 권유하곤 했다”며 “근종의 위치나 수에 따라 다르지만 자궁적출술은 자궁을 보존하는 자궁절제술보다 쉽고, 임신·출산의 기능을 마친 자궁은 중요한 기능이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궁적출수술 후에는 근종이 자랄 자궁이 없으니 재발하는 경우는 없다. 수술 시 난소는 남겨두기 때문에 여성호르몬 분비도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최근엔 의학기술이 발달하며 자궁보존적 치료방법이 많이 개발돼 굳이 이 치료법만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학계 의견이다. 또 수술 후 후유증이 높은 빈도로 나타날 수 있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근종의 씨앗을 뽑는 대신 다른 건강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 김재욱 원장의 도움말로 자궁적출술이 여성의 몸에 일으킬 수 있는 변화를 알아본다. ■ 수술 후 젊은 여성일수록 심혈관질환 증가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연구결과 자궁적출술을 받은 여성일수록 심혈관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북미 폐경학회 공식학회지(Menopause) 2018년 1월호에 실린 미국 메이요클리닉 로힐린 토마소 박사(Dr. Laughlin-Tomaso)의 연구논문을 통해 나타났다. 연구팀은 난소보존 자궁적출술 후 심혈관 및 대사질환을 주제로 대규모 코호트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는 자궁근종이나 선근증 등 자궁 양성질환으로 1980~2002년까지 자궁적출술을 받은 2094명의 환자군과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자궁적출술을 받지 않은 동일한 수의 대조군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21.9년간 이들 사이에 고지혈증·고혈압·비만·관상동맥질환·심부정맥·심부전 등 대사성질환 및 심혈관질환에 관련된 추적결과 발생률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호르몬분비를 담당하는 난소를 보전했더라도 자궁적출술은 장기적으로 대사성 질환 및 심장질환의 발생율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지혈증의 경우 자궁적출술을 받은 환자군에서 위험율이 14% 증가했다. 관상동맥질환의 경우 33%나 높았다. 이런 경향은 젊은 환자에서 두드러졌다. 35세 이하 환자만을 골라 분석한 결과 관상동맥질환의 경우 무려 2.5배(149%), 그리고 심부전은 무려 4.6배(359%)나 위험이 증가했다. ■ 자궁적출술 후 완경 2년 정도 앞당겨져 가임기 여성에서의 자궁적출술은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뿐 아니라 폐경을 앞당길 수도 있다. 2011년 미국 듀크대 연구결과 난소를 보존한 자궁적출수술을 받은 젊은 여성은 수술을 받지 않은 여성에 비해 폐경이 거의 2배 정도 빨랐다. 당시 패트리시아 무어맨(Patricia G. Moorman) 듀크대 가정의학과 박사는 30~47세의 여성 약 900명을 대상으로 5년간 추적조사에 나섰다. 절반은 난소를 보존한 자궁적출술을 받았고, 나머지는 수술을 받지 않았다. 수술받은 여성의 약 15%는 연구기간 중에 폐경에 이르렀으며, 그렇지 않은 여성은 8%만이 폐경했다. 폐경 리스크는 한쪽 난소를 절제한 여성에서 가장 높았으나, 양쪽 난소를 남긴 여성에서도 증대했다. 이런 경우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갱년기 증후군까지 겪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골밀도 감소다. 자연스럽게 폐경에 이른 여성과 폐경 전 난소를 보존한 자궁적출굴을 받은 여성의 골밀도를 비교연구한 결과 수술받은 여성은 자연 폐경군에 비해서 골밀도가 크게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 ■ 성생활 변화 겪기도 자궁적출술 후에는 성생활에 변화를 느끼는 여성도 있다. 특별히 신체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자궁’이라는 상징적 기관이 제거되며 느끼는 심적 변화가 한가지 요인이다. 따라서 수술 후 간혹 성욕감퇴, 성교통, 분비물감소, 우울증 등을 겪을 수 있다. 신체적 문제로는 자궁적출수술 후 접합상부의 유착 등은 이후 성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양측 난소가 제거된 경우 질 부위가 건조해지기 때문에 질건조증을 느낄 수 있어 호르몬치료가 필요하다. 김재욱 원장은 “이처럼 자궁적출술은 여성의 몸에 많은 변화를 끼칠 수 있다”며 “향후 임신계획이 없어도 양성질환 치료를 목표로 자궁적출술을 결정하기보다 자궁근종절제술, 하이푸치료, 자궁동맥 색전술 등 자궁을 보존할 수 있는 다른 치료법을 시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자궁근종 치료는 한가지 정답만이 있는 것이 아니며, 근거가 정립된 다양한 치료법이존재한다는 것. 김재욱 원장은 의료진이 자궁근종치료를 위해 자궁적출술 하나만을 고집할 경우 다른 병원에서 상담받아볼 것을 권유했다. 그는 “의학적 기준과 환자의 상황을 모두 고려한 치료법이 진정한 맞춤치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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