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근종의 수술과 비수술적 치료(하이푸, 색전술)
사이에 고민하시는 분들께...
글 : 민트병원 이미징센터 김영선 원장/의학박사(영상의학과 전문의)
자궁근종의 치료에는 약물치료부터 자궁전절제술까지 다양한 방법이 존재합니다. 고전적으로는 근종절제술이나 자궁전절제술과 같은 수술적인 치료를 주로 시행했으나 최근 하이푸나 색전술같은 비수술적 치료가 개발되어 점차 시행이 증가되고 있습니다. 여러 자궁근종의 치료 방법 중 가장 최적인 치료법이 무엇인지는 환자뿐 아니라 의사들에게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문제를 풀기위해 가장 먼저 답을 찾아야 하는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 중 어느 방법이 좋을까?"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수술적 방법은 접근 방법에 따라 복강경수술과 개복수술, 절제범위에 따라 근종절제술과 자궁전절제술(적출술)로 나누어집니다. 비수술적방법에는 근종을 열로 태우는 하이푸(HIFU, high-intensity focused ultrasound)가 있고 혈관을 막는 자궁동맥색전술이 대표적입니다. 수술과 비수술적 방법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는 "근종을 떼어 몸 바깥으로 빼 내느냐 아니면 근종을 죽게 만들지만 몸 안에 남느냐"입니다. 그래서 근종이 (죽었을지라도) 내 몸안에 남아 있는게 용납되지 않으면 수술을 받으셔야 하고 죽은 근종 덩어리가 몸 안에 남아있을지라도 증상이 조절되고 자라지 않으면 (작아지면) 오케이라고 생각하시면 비수술적 치료를 받으시면 됩니다. 물론 심리적으로 더욱 깔끔한 결과는 근종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지만 수술에는 그에 따르는 부정적인 면들 (흉터, 상처가 아물고 회복될 때까지 힘든 기간, 전신마취의 필요성 등)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고, 반면 비수술적 치료는 그런 불편한 점들이 없거나 작습니다.
물론 "치료 효과는 어떤 게 나을까? 어느 게 더 안전할까?"가 궁금하실 것이고 이것이 더 큰 선택 기준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근종의 위치, 크기, 개수, 조직 특성, 증상의 종류 및 정도, 환자의 임신 계획, 치료력,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상황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각 개별상황에 맞춰 최적의 방법을 결정해야 하고, 그건 임상경험이 풍부한 의사들의 역할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추천받으신 치료법들 중 장단점을 고려해 선택하실 것을 권합니다. 물론 각 치료법의 평균적인 치료 효과나 합병증의 위험도는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근종 조직이 완전히 절제 혹은 괴사된다면 재발율/재치료율을 포함한 치료 효과는 유사하며, 합병증도 각 방법 별로 종류는 다르지만 전체적인 빈도는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궁근종의 고전적인 치료법은 수술이었습니다. 수술 중 아주 오래전에는 개복수술만 시행되었지만 요즘에는 불가피한 경우만 개복수술을 하고 가능하면 복강경 수술을 시행합니다. 이렇듯 의학은 침습적 방식에서 최소침습적 방식, 비침습적 방식으로 발전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에 의해 개발된 치료법이 색전술이고 더 진보된 것이 하이푸 치료입니다.
수술적인 방법은 그 오래된 역사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경험했고 그래서 그 치료 효과 및 안전성에 기반해 보다 많은 의사들이 받아들이고 있으나 색전술과 하이푸 같은 새로운 치료법에는 폐쇄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경우를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법을 직접 경험한 저같은 의사의 입장에서는 "죽은 근종 조직이 체내에 남아 있는 것을 감수하면 훨씬 편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 라는 생각에 이러한 상황이 무척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물론, 하이푸가 효과적이지 않은 근종도 있고, 너무 큰 근종은 색전술로 괴사되었더라도 부피가 줄어드는 데 한계가 있기도 하기에 이러한 비수술적 치료의 한계는 분명히 있고 이런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비수술적인 치료만을 고집하는 것도 당연히 안될 일이겠죠.
자궁근종의 치료를 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이는 마치 전쟁을 하는 지휘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합니다. 내가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무기의 특징을 잘 알고 그것을 다양한 근종의 치료에 적절히 활용할 때에만 자궁근종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이라 믿습니다. 자기에게 익숙한 무기만 쓴다거나 심지어 다른 무기가 있다는 걸 모르는 지휘관은 당연히 승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아군의 희생도 클 겁니다.
가능한 모든 치료법을 적절히 활용해 자궁근종과의 싸움에서 부디 건승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