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달(黃疸, jaundice)은 빌리루빈 (bilirubin)이라고 불리는 황록색의 담즙색소가 우리 몸에 과도해져 피부나 눈흰자위 등이 누렇게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따라서 황달은 고빌리루빈혈증 (hyperbilirubinemia) 상태를 시사하는 신체의 징후인데 빌리루빈이 증가되는 상황 중 대표적인 것이 심한 간염 및 간경변, 간세포암, 췌장암, 담도암, 담낭암 등의 예후가 좋지 않은 상황이 많기 때문에 황달 증상은 위중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황달의 발생기전, 자가진단, 감별할 질환, 이에 대한 검사법 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황달의 발생기전
황달은 우리 몸에서 생성된 빌리루빈이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생성된 빌리루빈이 적절히 배설되지 못할때 발생합니다. 1)과도하게 생성되는 상황은 비교적 드문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용혈성 빈혈(hemolytic anemia)라는 드문 형태의 빈혈입니다. 용혈성 빈혈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적혈구가 깨지게 되고, 깨진 적혈구의 헤모글로빈 성분이 대사과정을 걸쳐 빌리루빈으로 바뀌면서 고빌리루빈혈증을 유발합니다. 2)빌리루빈은 간에서 생성되고 담즙이 되어 담도를 통해 십이지장으로 배설되는데 이러한 과정 중, 담도암이나 췌장암 등으로 폐색이 생기면 빌리루빈이 혈중으로 퍼져 고빌리루빈혈증이 유발됩니다. 3)심한 간염이나 간경변, 매우 크거나 많은 간종양 (간세포암, 간전이암)은 간세포의 파괴를 유발하고 따라서 고빌리루빈혈증이 유발됩니다.
담도폐색 시 황달의 발생기전 담즙은 간에서 생성되어 담도(녹색)를 통해 십이지장으로 배설 (화살표방향)됩니다. 담관암이나 췌장암, 원위부 담관결석 등의 질환이 생기면 담즙이 배설 경로를 막고 이로인해 담즙의 빌리루빈 성분이 혈류로 역행하면 황달이 생기게 됩니다.
황달의 자가진단
황달을 자가진단할 수 있는는 가장 유명하고 간단한 방법은 눈 흰자위 (공막, sclera)의 색깔이 노랗게 변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아래의 사진처럼 아래 눈꺼풀을 당기면서 눈을 치켜뜨면 흰자위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icteric sclera라고 지칭합니다.
황달은 피부 역시 노랗게 만듭니다. 하지만 (특히 아시아인의) 피부는 다양한 색조를 지닐 수 있기 때문에 피부색깔로 구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피부색조가 비교적 밝은 사람에서는 노랗거나 녹색에 가까운 톤으로 나타나지만 피부색조가 그것보다는 안색이 (갈색에 가깝게) 전반적으로 어둡고 칙칙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혈색이 짙은 경우에는 구분이 더 어려워지는데 아래 그림과 같이 피부를 꾸욱 눌러서 핏기를 제거하고 보면 조금 더 알아보기 쉽습니다.
황달 (고빌리루빈혈증)의 또 다른 증상은 소변 색깔이 진해집니다. 물론, 수분섭취가 부족해도 비타민B 제재를 섭취해도 소변이 진해지고 혈뇨가 있어도 소변이 진해질수 있습니다. 수분섭취가 부족하거나 비타민 B제재를 복용한 경우는 약간 밝은 진노랑에 가까우며 물을 많이 먹어보거나 비타민 B제재를 끊으면 원래 상태로 회복되기 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혈뇨의 경우 소량은 진노랑이지만 조금 심해지면 약간 붉은 기운이 돌고 매우 심하면 붉은 색이 됩니다. 황달에 의한 혈뇨는 약간 어두운 진노란색인데 살짝 녹색/갈색에 가까운 느낌을 줍니다. 이러한 색 차이는 사실 매우 미세하기 때문에 진한 소변색이 지속되면 소변검사가 필요합니다.
그외 황달의 증상으로 대변색깔이 회색에 가깝게 변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배설되는 경로가 막혀 정상적인 대변색깔에 기여하는 빌리루빈 성분이 대변에서 없어져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참고로, 황달과 가끔 혼동할 수 있는 경우가 고카로틴혈증입니다. 귤이나 당근 등 베타카로틴 (beta catotene)성분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손바닥 등의 피부가 노래지는 현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황달이 유발되는 질환
성인에서 갑자기 황달이 생기는 경우 가장 먼저 의심하는 질환은 담도 폐색을 유발하는 담도의 악성신생물 (담도암, 담낭암) 및 담관에 결석이 생기는 경우입니다. 간에서 생겨 담도를 통해 빠져나가야할 담즙이 막히면서 혈류를 통해 역류되는 것이 황달의 원인입니다. 이러한 경우 피부나 눈흰자위의 황달뿐 아니라 회색변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담도 폐색이 매우 오랫동안 심해지면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생겨 열이나고 심하면 패혈증까지 유발됩니다. 이러한 경우 응급으로 담관배액술을 시행하곤 합니다. 담관 결석으로 인한 담도폐색은 결석이 담도 끝에 꽉 막혔다가 풀렸다 할 수 있기 때문에 황달이 악화와 완화를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암으로 인한 황달은 다른 암의 증상 (체중감소 등)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급성 간염이나 매우 진행된 간경변에서도 황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간세포가 파괴되면서 빌리루빈이 혈류에 퍼지는 것이 원인입니다. 황달이 나타날 정도의 간염, 간경변은 매우 심한 상태입니다. 보통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혹은 알코올성 간염보다는 급성 간염이나 약제 등에 의한 독성간염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간염이 원인인 경우 피로감, 식욕부진, 구역질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외 간 종양 (간세포암, 간전이암)이 매우 크거나 많은 경우에도 간세포를 파괴하여 고빌리루빈혈증과 황달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드문 간질환 중 자가면역성 간염, Wilson's disease, Gilbert syndrome, Dubin-Johnson syndrome, Roter syndrome이란 병도 있습니다. 드물게 용혈성 빈혈 (hemolytic anemia)이 있어 빌리루빈이 상승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황달의 검사법
황달이 의심되는 경우 가장 먼저 혈액검사를 시행해 혈중 빌리루빈 (bilirubin)의 양을 측정합니다. 빌리루빈은 직접 빌리루빈 (direct bilirubin)과 간접빌리루빈 (indirect bilirubin)의 두 종류가 있는데 그 합이 총빌리루빈 (total bilirubin)입니다. 간접빌리루빈이 정상인데 직접빌리루빈만 증가되면 담도 폐색 상태를 의심하게 됩니다. 총빌리루빈의 정상 혈중농도는 1.2mg/dl 이하이고 직접빌리루빈은 0.3mg/dl이하입니다. 혈중 빌리루빈은 소변으로 빠져가나 소변검사를 통해서도 진단됩니다.
만약 황달이 담도 폐색으로 유발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영상검사를 실시합니다. 이 경우 가장 먼저 실시하는 것은 상복부 초음파검사입니다. 이 경우 담도가 늘어난 소견이 있으면 담도 폐색을 의심할 수 있으나 그 원인이 담도 결석인지, 담도암인지, 췌장암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후 조영증강CT나 조영증강MRI를 시행하여 원인질환이 무엇인지, 만약 암인 경우 병변의 범위나 임파선 혹은 원격 전이 여부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술 가능 여부 등의 향후 치료 방향을 결정합니다.
MRI 검사 시에는 MRI를 통해 담관 및 췌관이 늘어난 모습을 보다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3차원 입체 촬영인 MRI 담췌관 조영술(MRCP: MR cholangiopancreatography)를 시행합니다.
CT나 MRI를 통해 암이 의심되면 간혹 조직검사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대개는 내시경 및 내시경초음파를 이용해 수술전 조직검사를 시도하기도 하고 CT나 MRI에서 암이 확실하면 바로 수술을 해 절제 조직을 통해 조직학적 확진을 하기도 합니다. CT나 MRI에서 진단이 불확실하면 내시경을 통해 후행적 담췌관조영술 (ERCP, 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황달은 흔한 증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황달은 일반적으로 위중한 질병 상태를 암시하는 징후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위와 같은 자가진단 소견을 참고하셔서 황달이 의심된다면 혈액검사나 MRI와 같은 영상검사를 받아보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