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종양의 평가를 위한 MRI 검사의 중요성은 최근 급격히 증가되었습니다. 간은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장기이고, 호흡을 멈출 수 있는 시간은 제한이 있습니다. MRI검사는 CT나 초음파에 비해 검사시간이 오래 걸려 불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번의 호흡 멈춤시 제대로 된 MRI 영상을 촬영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MRI 기술의 발달로 15초 정도에 간 전체를 영상화할 수 있게 되었고, 때로는 호흡의 특정 시점에만 영상을 촬영하는 기법도 개발되었습니다. 이러한 MRI의 기술발달과 더불어 2010년 경 개발된 간세포특이조영제는 MRI가 간종양 진단에 많이 활용되게 된 또 다른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간세포특이조영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MRI 조영제는 가돌리늄(gadolinium)이라는 중금속 성분을 포함한 약제 입니다. 이 성분은 MRI상 하얗게 보여 혈관내에 주입되면 혈관이나 혈류가 높은 종양의 모양을 그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러 종류의 가돌리늄 조영제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혈류를 통해 순환하다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그러나 가돌리늄 조영제의 일종인 간세포특이조영제(hepatocyte specific contrast agent)는 특이하게 간세포에 섭취되는 특징을 지니며 반은 간-담도를 통해, 반은 신장을 통해 배설됩니다. 이러한 특이한 행동양식은 Gd-EOB-DTPA (ethoxybenzyl diethylenetriaminepentacetate) 혹은 gadoxetic acid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이러한 원리 때문에 다른 일반적인 가돌리늄 조영제와 달리 간 종양의 진단에 우수한 능력을 보입니다.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간세포특이조영제의 작용 기전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간실질은 위 그림과 같은 구조를 지닙니다. 간세포(hepatocytes) 사이사이에는 동양혈관(sinusoid)이라는 미세한 혈관 공간이 있고 이 공간은 간동맥 (hepatic arteriole) / 간문맥 (portal vein)과 간정맥 (hepatic venule)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간동맥 및 간문맥에서 공급된 혈액이 동양혈관을 지나면서 간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주고 이후 간정맥으로 빠져나갑니다. (화살표 방향)
일반적인 가돌리늄 조영제는 위 좌측 그림의 붉은 영역에 분포합니다. 간동맥이나 문맥을 통해 유입된 조영제는 동양혈관을 지나 간정맥으로 빠져나가는데 간세포에는 섭취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간세포외 공간에만 분포한다는 이유로 세포외액 조영제 (extracellular fluid [ECF] agent)라 부르기도 합니다. 반면, 간세포특이 조영제는 초기에는 좌측 그림의 붉은 영역에 존재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간세포로의 섭취가 증가하여 (마치 영양분이 흡수되는 것처럼) 대략 1~2분 후부터 우측 그림의 녹색영역에 농도가 증가되기 시작하며 그 농도는 약 20분 경 최대가 됩니다. 동시에 간세포에 섭취된 조영제는 담관으로 배출되고 담도를 거쳐 결국 소장으로 배설됩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간세포 특이조영제로 초기에는 일반적인 가돌리늄 조영제처럼 종양의 혈류를 평가할 수 있고 시간 경과 후에 간세포의 분포를 평가할 수 있으며, 이후 담도의 배설기능까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간세포특이 조영제의 시간에 따른 분포 양상을 요약한 그림입니다.
간 MRI 검사 시 (CT 검사에서도) 조영제를 사용하면 항상 역동적 조영증강 영상을 획득합니다. 여기서 "역동적 (dynamic)"이라는 단어는 시간 차를 두고 영상을 촬영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시간 차를 두고 촬영한 영상들을 분석하면 각 종류 종양이 지니고 있는 혈류역학적 특성을 알수 있고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어떤 종류의 종양인지 감별하게 됩니다. 통상의 가돌리늄 조영제 (ECF agent)를 사용한 MRI나 CT에서는 조영제 주입전 - 조영제 주입후 약 30초 후 (동맥기) - 조영제 주입후 약 60-70초 후 (문맥기) - 조영제 주입후 약 3분 후 (평형기)에 촬영하며 아래 각 시간에 아래와 같은 영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영상으로는 간과 종양의 혈류 정보만 획득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간세포특이조영제를 사용한 경우 위와 같이 조영전부터 3분지연기까지는 동일하게 촬영하지만 이후에도 20분 지연기 영상까지 촬영을 하게 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간세포특이조영제는 초기 영상에서는 가돌리늄 조영제 (세포외액조영제)처럼 간종양의 혈류역학적 특성을 보여주며 시간이 갈수록 간세포에 축적되기 때문에 정상 간실질이 하얗게 변하게 됩니다. 세포외액조영제는 3분 이후 영상은 점점 더 뿌옇게 흐려지기 때문에 더 이상은 검사를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간종양은 정상 간세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간세포특이조영제를 섭취할 수 없고 따라서 20분 지연기 영상을 찍으면 하얗게 변한 간실질의 바탕에 까만 구멍으로 뚜렷하게 보입니다. 조영제 주입후 시행하는 MRI 스캔 방식은 약 15~17초의 호흡정지 순간에 간 전체를 고해상도 영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위 그림의 아래 오른쪽 2개의 그림처럼 매우 깨끗하고 명확한 영상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영상은 최소 약 3mm의 병변까지 그려주기 때문에 매우 작은 극 초기의 종양도 높은 확신도로 진단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영상을 통해 미세한 병변을 주목하게 되고 조영증강 초기의 영상으로 혈류역학적 특성을 파악하며, 그외 다양한 종류의 기법 영상 소견을 조합하여 최종 진단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간세포특이조영제가 간세포암이나 간전이암의 진단의 정확도를 혁신적으로 향상시키게 된 이유입니다.
간세포특이조영제는 프리모비스트 (Primovist, 미국에서는 Eovist)라는 상품명으로 다국적 제약사인 바이엘-쉐링사(Bayer-Schering Pharma)에서 독점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프리모비스트는 매우 비싼 시장가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매우 혁신적인 약제이며, 이를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했기에 고가정책을 펴는 생산업체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가돌리늄 조영제의 5~6배에 달하는 가격은 개인적으로는 좀 너무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특허권이 만료되기까지는 모르긴해도 최소 7-8년은 지나야 하기에 하루 빨리 같은 기전의 다른 조영제가 개발되어 가격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