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세포암 검사를 위해 간 MRI검사를 시행할 때 간암 이외에도 다양한 이상소견이 발견되곤 합니다. 이번에는 비교적 흔하게 관찰되는 간의 병변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알아두면 도움이 될 내용을 중심으로 아주 핵심적인 MRI 소견과 함께 정리해보았습니다.
1. 단순낭종
단순낭종(simple cyst)는 말 그대로 낭성종양, 즉 물혹을 의미합니다. 간에 여러 조직학적 형태의 물혹이 있을 수 있고 드물게 악성종양(암)인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단순낭종이고 이름이 시사하듯 양성종양으로서 큰 의미가 없습니다. 지나가는 사람 10명을 붙잡아 검사해보면 대략 3~4명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하고 그래서 심지어 어떤 분들은 물혹 대신 물집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단순낭종은 대개 작은 크기 (수mm~수cm)이고 임상적인 의미가 없어 신경을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순낭종일지라도 흔치 않게 10~20cm 정도로 아주 커지는 경우도 있고 이러한 경우 파열 위험 때문에 위치에 따라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매우 드물게 다낭성간질환(polycystic liver disease)이라고 선천적으로 수없이 많은 낭종이 간을 꽉 채워 간 기능 저하나 출혈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고, 역시 드물게 물혹 형태로 발현되는 담관 기원의 악성종양도 있기는 하지만 초음파나 MRI 검사 등으로 구별하는 소견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단순낭종 소견이라면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MRI상 단순낭종은 T2강조영상이라는 기법에서 매우 밝은 색으로 보이며 내부는 물로 채워져 혈관이 없기 때문에 조영제 주입 후 MRI에서 까맣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고 이런 소견 때문에 쉽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단순낭종이 수mm로 작은 경우 가끔 CT에서는 간 전이암 등의 고형성 종양과 구별이 안되어 MRI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고, MRI로는 위와 같은 특징적 소견으로 쉽게 구별이 됩니다.
간 단순낭종의 MRI 소견 : 좌측의 T2강조영상에서 매우 밝은 색으로 보이고 우측의 조영증강 영상에서 혈류가 없어 까맣게 보이는 특징적 소견을 보임
2. 혈관종
혈관종(hemangioma)은 단순낭종 만큼은 아니지만 꽤 자주 관찰되는 양성종양입니다. 말 그대로 간의 혈관 성분에서 기원한 병변이고, 미세한 혈관들이 둥글게 뭉쳐있는 혈태입니다. 초음파 검사상 밝은 색의 종양 형태로 관찰되는데 초음파 소견만으로는 다른 종류의 악성종양(간세포암, 간전이암)과 구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 대개 조영제를 사용한 CT나 MRI검사가 필요합니다.
혈관종은 역동적 조영증강(조영제 주입 후 시차를 두고 여러 번 찍는 방식) CT나 MRI에서 조영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에서 안 쪽으로 차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등의 전형적인 소견이 알려져 있어 다른 종류의 종양과 쉽게 구별이 가능합니다. 조영 전 MRI상 낭종처럼 T2강조영상에서 매우 밝은 색으로 보여서 단순낭종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만 조영증강 영상을 통해 구별이 됩니다. 혈관종이 아주 작은 경우 조영증강 CT에서는 간전이암 등 다른 종류의 종양과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간혹 있어 이 경우 MRI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MRI상 혈관종이 진단되었다면 거의 대부분은 양성 혈관종이고 그래서 걱정하실 상황은 아닙니다. 혈관종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은 커질 수 있습니다. 혈관종처럼 보이지만 매우 드물게 혈관육종(angiosaracoma)이거나 유상피혈관내피종(epithelioid hemangioendothelioma)처럼 악성종양 혹은 경계성 악성종양인 경우도 있긴 합니다. 그래서 CT나 MRI로 혈관종이 진단되었을지라도 매우 신중한 태도로 기간을 두고 추적검사를 해서 그런 드문 경우가 아닌 것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혈관종의 MRI 소견 : 좌측의 T2 강조영상에서는 매우 밝은 색으로 보이며 조영증강 영상에서 하얀 부분이 주변에서 안 쪽으로 점차 차들어가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임
3. 동문맥단락
간의 주요 혈관인 간동맥과 간문맥은 정상적으로는 서로 연결이 없어야 하는데, 각 혈관의 말단의 미세한 부위에서 비정상적으로 서로 연결되는 상태를 동문맥단락(arterioportal shunt, AP shunt)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동문맥단락 소견은 정상간보다는 간경변 상태에서 조금 더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동문맥단락은 일시적으로 생겼다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크기 변화 없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커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소견은 기능적으로 이상이 없고, 전암성 병변도 아니기 때문에 임상적 의미는 적습니다.
동문맥단락은 CT나 MRI의 조영증강 후 초기영상(동맥기)에서 대개는 불규칙한 모습으로 하얗게 보이는데, 이 영상만 보면 간세포암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병변 자체의 중요성은 적으나 자주 언급되는 이유입니다. 둘의 차이는 간세포암은 동맥기 외 다른 여러 종류의 MRI 영상에서도 확인되는 반면 동문맥단락은 동맥기 영상에서만 보이고 다른 영상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특징을 지녀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조영증강 CT영상에서도 흔히 보이는데, CT만으로는 동문맥단락과 간세포암을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간혹 있어 구별을 위해 MRI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드물게는 간세포암이 아주 초기에 이러한 동문맥단락과 비슷하게 보이는 경우도 있으므로 추적검사에서 커지거나 명확해지면 더욱 주의 깊게 관찰하곤 합니다.
동문맥단락의 MRI 소견 : 조영증강 후 초기(동맥기) 영상에서만 불규칙하고 경계도 모호한 하얀색 병변으로 관찰되고 다른 모든 MRI 영상에서는 그려지지 않는 소견
4. 간세포암
간세포암(hepatocellular carconoma, HCC)은 B형 또는 C형간염 그리고 이로 인한 간경변이 생긴 경우 진행하여 발생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간세포암은 흔히 간경변 등으로 인해 간 기능이 저하되었을 때 발생하므로 수술(간절제술)로 치료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여러 가지의 비수술 치료법이 발달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고주파열치료, 경동맥화학색전술, 방사선치료, 그 외에도 극초단파소작술, 냉동소작술, 방사선색전술, 양성자치료, 중입자치료, 항암치료, 면역치료, 간이식술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으며 간세포암 및 간 기능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해 시행합니다. 그래서 간세포암은 다학제 치료 접근이 매우 중요한 암입니다.
간세포암은 간염이나 간경변이 주요 위험인자이므로 이러한 경우 6개월마다 시행하는 초음파 및 종양표지자(AFP, PIVKA-II)를 통한 정기검진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러한 검진을 통해 이상이 발견되면 그때 CT나 MRI를 시행하게 됩니다. MRI검사는 CT검사보다는 진단율 및 정확도가 높은 것이 자명하나 대부분 의료기관에서 MRI 실행 한도 때문에 CT와 MRI를 섞어서 하거나 먼저 CT검사를 하고 애매한 경우 MRI를 추가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간세포암이 다른 암에 비해 정기검진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최근 MRI 기술의 발달로 수mm의 매우 작은 초기암도 쉽게 진단이 가능하며, 초기암의 경우 고주파열치료와 같은 비수술적 치료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세포암은 MRI상 T2강조영상에서 비교적 밝은 색을 보이고, 조영증강영상에서 초기에 하얗게 보이다가 시간이 갈수록 어둡게 바뀌는 특징적인 소견을 지닙니다. 프리모비스트(상품명 Primovist, 성분명 gadoxetic acid)라는 간특이 MRI 조영제 및 3T MRI를 이용해 검사하면 5mm가 넘는 간세포암의 진단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작은 간세포암이 발견되는 경우 바로 치료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예를 들면 고주파열치료의 경우 초음파에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치료를 몇 달 미뤄 조금 더 잘보이게 되면 치료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간세포암의 MRI 소견 : T2강조영상(가장 좌측)애서 하얗게, 확산강조영상에서도 하얗게(좌측 두 번째) 보이고 조영증강 초기(가운데)에는 하얗게 보이다 시간이 지날수록(우측 두 개) 어둡게 보이는 특징적 소견을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