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뚱뚱해서 자궁근종 하이푸가 안된다고욧?!
글 :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김영선 원장/의학박사(영상의학과 전문의)
“너무 뚱뚱해서 자궁근종 하이푸가 안된다니요??”
언뜻 들으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하실 수 있지만 사실입니다. 뚱뚱한 것도 억울한데 치료법까지 제한을 받다니 당사자는 서운한 마음이 들만합니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고 진료현장에서 아주 가끔 맞닥뜨리는 상황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뚱뚱한 것 자체보다는 뱃살이 두꺼운 게 문제입니다.
하이푸 (HIFU; High-Intensity Focused Ultrasound)는 기본적으로 초음파 (ultrasound)이고, 모든 초음파는 복벽의 지방층이 두꺼울수록 음감쇄 (acoustic attenuation) 현상이 심해져 에너지가 약해집니다. 소리를 질렀을 때 거리가 멀어질수록 작게 들리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래서 복벽의 지방층이 두껍다면 마른 환자에 비해 더욱 강한 출력을 이용해야 골반강 속의 자궁근종에 같은 에너지가 전달됩니다. 이 영향은 생각보다 커서 복벽 지방층 두께가 1cm인 사람보다 2cm인 사람에서 얼추 1.5배의 에너지가 더 필요합니다. 모든 장비에는 최대 출력 한계가 있는데다 출력을 높일수록 피부 등의 합병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서 무한정 출력을 높일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복벽 지방층의 두께는 하이푸 치료가 가능한지 결정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MRI를 통한 복벽 지방층의 두께 측정 과정.
좌측의 경우 복벽 지방층 두께가 6mm인 반면 우측의 경우 복벽 지방층 두께가 27mm로 측정됨.
이러한 복벽 지방층의 두께는 시술전 자궁근종 평가를 위해 촬영한 MRI로 주로 측정하는데, 일반적으로 MRI상 관찰되는 복벽 지방층 두께가 2.5cm 정도인 경우까지는 하이푸 치료가 큰 문제 없지만 2.5~3cm 이상이면 (몇가지 조건을 더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하이푸 치료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정도가 되려면 대략 체중 80kg이 넘거나 체질량지수(BMI)가 30이 넘는 고도비만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체중은 많이 나가도 뱃살이 얇은 분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영상검사를 통한 정확한 측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MRI를 통한 복벽 지방층 두께 측정은 진료현장에서 실제 활용되는 항목이고 이는 이전 포스팅이나 저의 연구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진단용 복부 초음파검사를 할 때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실제 뚱뚱한 분들을 검사할 때의 영상이 마른 분들을 검사할 때보다 초음파 영상이 뿌옇고 불명확해지곤 합니다. 너무 심한 경우 간의 깊숙한 곳은 잘 안보여 종양 등의 이상 병변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에는 CT나 MRI를 시행해야 완전한 검사가 가능합니다.
공포의 뱃살! 자궁근종 하이푸 치료에게도 적이라는 사실을 아셨나요? 무병장수를 위해서라도 꼭 줄여야 되겠지만 질병의 정확한 진단과 좋은 치료를 위해서도 꼭 없애야 할 공공의 적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