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궁근종, 혹시 암은 아닐까요?
글 :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김영선 원장/의학박사(영상의학과 전문의)
자궁 근종(leiomyoma, myoma, fibroid)은 매우 흔한 질환입니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가임기 여성 전체의 1/3~1/2까지 근종을 지니고 있으며, 혹은 한 여성의 인생에 있어 70~80% 의 확률로 최소 1개의 근종을 가질 수 있다고도 합니다. 물론 이렇게 흔한 근종을 모두 치료하는 것은 아닙니다. 증상을 유발하거나 계속 커지는 등의 문제가 생긴 근종만 치료대상이죠.
과거에는 자궁근종의 치료로 수술, 그중 자궁적출술이 가장 많이 시행되었습니다. 수술 후에는 반드시 조직검사를 실시하니 치료한 병변이 양성종양(근종)인지 아니면 악성종양(암)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궁동맥색전술(uterine artery embolization, UAE)이나 하이푸(high-intensity focused ultrasound: HIFU)같은 비수술적 치료법의 시행이 증가함에 따라 조직검사 없이 치료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경우 치료된 병변이 양성종양인 근종이면 문제될 일이 없지만 혹시 양성 근종인줄 알고 치료했는데 실제로는 암이었다면 아주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암은 초기에는 수술로 완치될 수 있지만 어느 단계가 넘어가면 완치가 불가능해 결국 생명까지 위협하기 때문이죠. 사실 이러한 비수술적인 치료뿐 아니라 수술의 일종인 복강경 근종절제술 시행 시 morcellation (복강경의 작은 구멍으로 큰 근종을 빼낼 수 없어 근종을 갈아 흡인하는 수술기법)을 하는 경우도 근종이 아니고 암인 경우 전이를 촉진시킬 위험성이 있어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자궁근종으로 착각할 수 있는 대표적 암인 자궁육종 (leiomyosarcoma)에 대해 Q&A 형식으로 알아보겠습니다.
Q1. 자궁육종의 빈도는 얼마나 되나요?
자궁육종은 매우 드문 자궁의 암입니다.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등 자궁에 생기는 암 전체의 1%가 자궁육종이고 일반인 100만명 중에는 3~7명 정도의 빈도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가장 관심있을 만한 “자궁근종으로 치료받은 환자에서 자궁육종으로 진단”된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정확히는 알긴 어려우나 여러 연구결과 0.05%~0.28% (2000명 중 1명 ~ 352명 중 1명 꼴)의 매우 낮은 빈도를 보였습니다.
Q2. 왜 자궁근종의 치료전 조직검사를 하지 않나요?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자궁근종으로 오인될 수 있는 자궁육종의 빈도는 극히 낮습니다. 암의 위험이 이렇게 낮은 질환에서는 조직검사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의학적 관행입니다. 이유는 일반적으로 조직검사는 초음파등의 영상을 보면서 바늘 (아래 그림)을 찔러 조직을 채취하는데 이러한 과정 자체가 출혈이나 감염 등의 합병증을 유발해 위험요소가 엄연히 있으며, sampling error 때문에 바늘 조직검사에서 암이 아닌 결과가 나왔다고 반드시 암이 아니라고 확정지을 수도 없고 낮은 가능성으로 바늘 경로를 통해 암세포가 퍼질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검사를 시행함으로써 발생하는 의료비용 대비 효율이 충분히 높지 않은 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사람의 생명이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의료비 운운하는게 비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게 엄연한 현실이고 세계 어디서나 받아들여지는 원칙입니다. 반대 상황으로 임상양상이나 영상검사에서 암이 확실하다면 바늘조직검사 없이 바로 수술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조직검사 때 사용하는 바늘형 장비의 예 (출처: 인터넷)
Q3. MRI를 찍으면 자궁근종과 자궁육종을 구별할 수 있나요?
MRI를 포함한 어떤 영상검사법도 확실히 자궁근종과 자궁육종을 구별할 수는 없습니다. 단, MRI상 자궁육종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이 있어 초음파 검사보다는 우수한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의심소견이 보인다고 항상 자궁육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막상 수술을 해보면 자궁근종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더 많긴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MRI상 자궁근종이 확실해 보이면 (까맣고 균질한 모습)그것이 자궁육종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MRI검사가 진단 정확도가 높지는 않지만 분명히 도움은 됩니다. 초음파검사보다는 암을 추정(?)하는 능력은 훨씬 높습니다. 자궁근종 진단에 있어 MRI는 이러한 장점 외에도 근종의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고 조직학적 특징도 알려주기 때문에 자궁근종 치료전에는 MRI검사를 시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궁근종과 자궁육종의 MRI소견 -
좌측은 전형적인 자궁근종의 소견으로 이처럼 까맣고 동그란 모습을 보이면 양성 자궁근종임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가운데는 매우 크고 공격적으로 보이지만 양성 근종으로 진단되었고 오른쪽은 가운데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결국 자궁육종으로 확진되었습니다.
이처럼 MRI소견으로도 자궁근종과 육종을 구별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Q4. 그럼 자궁육종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나 상황이 있나요?
자궁 근종은 매우 다양한 임상양상을 보입니다. 생리과다 등의 증상이 매우 심한 것이 자궁육종을 의심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가임기 연령 (즉, 폐경[완경] 전 시기)인 경우 근종이 매우 크거나 빨리 자란다고 자궁육종일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닙니다. 자궁근종이라도 얼마든지 이런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MRI도 그렇고 임상양상도 그렇다보니 아무리 경험이 많은 의사일지라도 자궁근종과 자궁육종을 구별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 상황! 즉 완경이 된 상태에서 근종이 자란다거나 새로 생긴다면 매우 높은 가능성으로 자궁육종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인정됩니다. 이러한 경우라면 조직검사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거나 자궁적출술로 치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5. 자궁근종이 혹시는 자궁육종일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있으니 자궁적출술을 하는게 좋지 않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른 자궁보전 치료법으로 근종을 제대로 치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자궁적출술을 해야겠지만 암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자궁적출술은 추천되지 않습니다. 자궁근종의 치료로서 비수술적 (색전술, 하이푸) / 수술적 (근종절제술) 자궁 보전 치료법들이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단, MRI상 암의 가능성이 제시되었거나 Q4.에서 말씀드린 암(자궁육종)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자궁보전 치료법보다는 자궁적출술이 추천됩니다.
Q6. 자궁근종은 놔두면 암(자궁육종)으로 진행하나요?
자궁근종은 자궁육종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게 학계의 정설입니다. 사실 어떤 한 사람을 쭈욱 관찰해야만 확실히 알수 있는 사실이기에 직접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유전자 분석을 시행한 연구와 같은 간접적 증거를 근거로 자궁근종과 자궁육종은 별개의 질환이라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궁육종은 생길 때부터 자궁육종이었고 자궁근종이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예외 없는 법칙이 없다고 자궁근종의 일부 조직학적 아형 (세포성 혹은 비전형 근종)은 암으로 변한다는 일부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매우 드문 예외적인 상황이기에 자궁근종이 암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결언
최근 어떤 분의 글을 보았습니다. 자궁근종인줄 알고 어느 한 병원에서 하이푸 치료를 받았는데 결국 자궁육종이 진단되었고 그 진단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전이가 되서 완치 기회를 놓쳤다는 안타까운 사연이었습니다. 자궁근종에 대해 비수술적인 치료인 하이푸 시술을 하는 제 입장에서 “처음에 자궁육종의 가능성 제시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혹시 내가 치료한 환자 중 그런 분은 없었을까”라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특히 진단을 전문으로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입장에서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자궁근종 치료를 하는 많은 분들은 이런 마음에서 자유롭지 못할거라고 확신합니다. 글을 쓰신 분의 마음에 “내가 왜 하이푸 치료를 받았을까”, 그분을 치료한 의사는 “왜 내가 자궁육종의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했을까”라고 막심한 후회를 하시겠지만 누구나 이런 불편한 마음을 가질수 밖에 없는 것은 현재의 의료수준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이고 그 이유는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도 다시 한번 더 신중해야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만의 하나 암의 가능성 때문에 하이푸나 색전술 등의 비수술적 치료를 고민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마무리합니다.
참고) 이번 포스팅은 자궁근종 치료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Mayo Clinic 산부인과의 Dr. Stewart께서 저술한 “Differentiating uterine leimyomas (fibroids) from uterine sarcoma“를 참고하였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하단의 링크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uptodate.com/contents/differentiating-uterine-leiomyomas-fibroids-from-uterine-sarco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