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근종 하이푸 치료, 재발을 막으려면…
글 :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김영선 원장/의학박사(영상의학과 전문의)
아래 링크는 최근 네이버 ‘건강’ 메인에 게시된 자궁근종 관련 기사입니다.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32&aid=0002885181
제가 이 기사를 언급하는 것은 기사 내용보다는 이 기사에 달린 아래와 같은 댓글 때문입니다.
기사의 주제가 하이푸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제가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자궁근종 하이푸 치료 후 재발의 빈도는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댓글이 달릴 정도라면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거나 무언가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더 자세히 말씀 드리고 싶은 필요가 느껴져 이번 포스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자궁근종의 재발 – 종류
우선 자궁근종의 재발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궁근종의 재발은 아래의 세가지 종류로 나누어 생각해야 합니다.
첫째, 치료한 근종의 재발. 이 경우는 보통은 치료가 불완전/불충분한 경우 나타납니다. 치료가 된 부위의 근종은 제거되거나 괴사되지만 치료되지 않고 남은 부분의 근종은 살아있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자라고 일시적으로 사라졌던 증상도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치료 후 살아남은 근종의 비율에 따라 재발의 시기가 달라집니다. 만약 근종 용적의 90%가 제거/괴사된 경우 보다 50%만 제거/괴사된 경우 다시 커지거나 증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시기도 빨라집니다. 같은 원리로 100%가 깔끔히 제거/괴사 되었다면 다시 커지거나 증상이 생길 가능성은 없어집니다. 이런 형태의 재발은 그 원리를 고려할 때 모든 형태의 국소치료 (근종절제수술, 하이푸, 고주파용해술) 후 발생할 수 있으며 비국소적 치료인 색전술 후에는 흔하지는 않으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둘째, 새로운 근종의 재발. 이 경우는 예상하시겠지만 자궁적출술이 아니라면 그 어떤 치료 후에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기존 근종에 대한 치료를 아무리 깔끔히 해도 근종이 새로 생기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죠. 정기검진을 통해 근종의 상태를 알고 적절한 시점이 되면 치료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형태의 재발은 치료 시점의 나이가 가장 중요한 예후인자입니다. 치료 당시 나이가 가령 30대초반인 경우 완경(폐경)까지 약 20년의 기간이 남아 새로운 근종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면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치료를 받는다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지겠죠.
셋째, 치료 당시 존재했으나 인지하지 못했던 근종에 의한 재발. 이 경우는 두번째 형태와 유사한 면이 있으나 엄연히 다른 상태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재발은 치료 당시 근종의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습니다. 직경 1cm 혹은 미만의 작은 근종은 초음파 검사만으로는 안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초음파검사만 시행하고 근종절제술을 하는 경우 (최근에도 흔한 상황) 어느 정도 크기가 있는 근종만 제거하고 근종이 모두 치료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MRI를 찍어보면 1cm 이하의 작은 근종들이 자궁 깊숙한 곳에 여러개 더 존재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모르는게 약이라고 근종이 완치되었다고 생각하고 좋아할 수 있지만 사실은 수술 당일부터 작은 근종 여러 개가 자라고 있는 중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자궁근종의 모든 치료 전에 MRI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증상이 없다면 작은 근종을 꼭 치료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 이는 위에서 설명한 이유로 40대 중후반 환자의 경우입니다. 만약 40대초반 이하라면 장기적 예후를 위해 가능하면 작은 근종도 함께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자궁근종 치료 후 재발의 정의 및 종류가 복잡하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치료 후 특정 시점에서의 재치료율 (re-intervention rate)을 재발의 기준으로 사용합니다. 사실 작은 근종이 남아 있거나 생겼을지라도 증상이 없다면 치료받을 필요가 없고, 치료를 했다면 그 어떤 형태이든지 의미 있는 재발이기 때문입니다.
자궁근종 하이푸 후 재발을 막는 방법은?
자궁근종의 하이푸 치료 후 재발(재치료)을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안타깝지만 위의 두번째 형태의 재발, 즉 근종이 새로 생기는 걸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그런 종류의 재발까지 막으려면 자궁적출술을 받는 방법 뿐입니다. 현재로서는 정기검진을 통해 자궁의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시점이 되면 치료받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렇다면 자궁을 보전하면서 재발을 막는 최선은 무엇일까요?
첫째, 완전괴사를 달성해야 합니다.
이는 첫번째 형태의 재발을 막기위한 가장 중요한 치료 원칙입니다. 근종 용적의 100% 완전괴사가 이룩되면 그 근종이 다시 재발될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근종의 괴사정도를 평가하는 표준 방법은 치료 직후 시행하는 조영증강 MRI입니다. (편의상 간혹 조영증강 초음파를 사용해 괴사율을 평가할 수도 있으나 이는 검사자의 경험과 근종의 갯수/깊이에 따라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조영증강 MRI란 조영제라는 약제를 정맥으로 주입한 후 MRI를 찍어 근종의 혈류를 파악하는 방법입니다. 근종의 혈류가 차단되었다면 근종이 죽거나 괴사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치료 후 근종 내부에 혈류가 제거된 부위의 비율 (non-perfused volume ratio: NPV ratio, 비관류용적율, 괴사율)이 하이푸의 치료 효과에 가장 중요한 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링크1, 링크2).
괴사율이 100%라면 증상의 개선, 근종의 부피감소효과가 가장 크고, 재발될 위험도 없어집니다. 반대로 수치가 낮으면 증상개선율이 낮고 재발율도 높아지고 재발 시기도 당겨집니다. 만약 치료 직후 근종 내의 혈류가 남아 있는 부위가 작다면 그 자리에서 1~2회 추가치료를 통해 완전괴사를 꾀하기도 합니다.
조영증강 MRI를 통한 하이푸 치료직후 괴사율 평가의 예: 괴사율이 높을수록 증상호전, 크기감소정도가 커지고 괴사율이 100%인 경우 재발의 가능성은 0%로 없어지므로 자궁근종 치료시에는 항상 완전괴사를 추구해야 함.
근종의 완전괴사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하이푸 치료를 얼마나 꼼꼼하게 시행했느냐도 중요하지만 완전괴사를 유도할 수 있는 근종인지 아닌지를 미리 예상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경우에만 하이푸 치료를 선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소위 type III (세포성 근종)인 경우 아무리 열심히 치료해도 완전괴사를 이룩하기 힘듭니다. 오히려 치료는 안되고 합병증의 위험만 증가합니다. 너무 큰 근종도 완전괴사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근종이 크면 뼈나 신경, 소장/대장과 닿아 있거나 가까운 경우가 많아 합병증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자궁근종의 하이푸 치료 후 완전괴사를 이룩하면 재발을 막을수 있고, 이러한 완전괴사는 치료 반응 예측을 기반으로한 하이푸의 엄격한 적용과 함께 꼼꼼한 치료가 동반될 때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임상경험이 필수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죠.
이처럼 근종의 완전괴사를 달성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재치료율을 낮추는데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궁근종에 대한 MR하이푸의 재치료율은 다른 자궁보전 치료법 (근종절제술, 색전술)과 비교해 비슷하다는 연구결과 (링크)가 있습니다. 물론 신이 아닌 이상 완전괴사가 달성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긴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를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필요시점에 중요부분에 대해 추가치료를 하거나 필요 시 다른 종류의 치료를 추가하면 재발로 문제가 되는 경우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시술 전 MRI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위에서 설명한 세번째 형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작은 근종까지 정확히 평가하고, 가능하다면 동시에 치료할 필요가 있습니다. MRI가 현존하는 영상검사법 중 자궁 질환 (근종, 선근증 등)의 평가에 가장 우수하므로 모든 치료 (하이푸, 수술 포함) 전에는 MRI 검사를 받으실 것을 추천합니다. 1cm 이하의 근종이 있는데 특히 나이가 40대초반 이하라면 작은 근종까지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하이푸 치료를 받는다면 초음파하이푸보다 작은 근종까지 잘 보이는 MR하이푸가 유리합니다. 만약 수술을 받는다면 설사 1cm 이하의 근육 깊숙히 위치한 근종을 모두 절제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현재 상태를 정확히 아실 필요는 있습니다. 알고서 남겨두는 것과 모르고 추후 재발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상황이니까요.
개인적인 경험상 근종 절제술 후 재발되어 추가치료를 위해 상담 받으시는 분들 중 상당수에서 수술 전 초음파 검사만 했고 추정컨대 작은 근종은 남겨둔 상태에서 수년 후 그 근종들이 자랐는데 이것을 재발이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아마도 근종절제술 후 재발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작은 근종들을 포함한 다발성 자궁근종이 있다면 작은 근종들까지 함께 치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MR하이푸가 근종절제술보다 우월합니다.
작은 근종을 포함한 다발성 근종의 MR하이푸 치료 예
치료 직후 조영증강 MRI 영상에서 1cm이하의 근종을 포함해
총 20개의 근종이 완전괴사된 상태
자궁근종 하이푸 치료 후 재발을 막기 위한 조건 네가지!!
1. 꼼꼼한 치료를 통한 완전괴사
2. 완전괴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를 선별할 수 있는 의사의 능력
3. 치료전 MRI를 통한 자궁 상태의 정확한 평가
4. 치료 중 작은 근종까지 보여줄 수 있는 영상기법
결언
앞서 정의한 자궁근종의 재발 형태를 고려할 때 자궁적출술을 제외한 모든 치료법들은 잠재적으로 재발의 가능성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이푸 치료의 경우 근종의 완전괴사가 이루어지면 치료한 근종의 재발 가능성이 없어지므로 항상 꼼꼼한 치료와 함께 완전 괴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하이푸 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의사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며 작은 근종까지 빠짐 없이 보여주는 하이푸 치료 중 영상기법도 중요합니다. 또한 자궁근종 치료전 MRI검사를 꼭 시행해 현재의 자궁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런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하이푸 치료 후 근종이 재발되는 경우는 매우 낮고 다른 자궁보전 치료법보다 결코 높지 않습니다.
부연
본 포스팅은 기본적으로 하이푸 치료를 고려 중이신 환자분들을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하지만, 하이푸에 경험이 없거나 적은 의사분들께도 정보제공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도 추가하였음을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