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에서 ‘원장’으로… - 김영선 원장
지난 10여년간 저를 따라 다녔던 ‘교수’라는 직함…. 처음에는 무척 어색했지만, 어느덧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에서 민트병원으로 옮긴 지금, ‘원장'(개인 병의원에서는 으레 의사직을 원장이라 지칭)이라는 새로운 직함과 그 외 모든 것이 아직은 어색합니다.
병원을 옮기면서 호칭뿐 아니라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난 10여 년의 익숙함을 져버린 이유이기도 하죠. 너무도 많은 분들이, 남들이 그리도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자리를 떠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민트병원이 삼성서울병원보다 더 좋은게 과연 무언지 물어보십니다.
아마 다음 세가지일 것 같습니다.
첫째, 보다 의학적 원칙에 가까운 진료
병원급인 민트병원이 국내 최대 의료기관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보다 원칙에 가까운 진료를 할 수 있다? 아마 이해하기 힘든 얘기일 수 있습니다. 아마 암진료를 포함해 일반적으로는 그렇겠죠. 하지만, 자궁근종의 진료에 한해서는 맞는 이야기입니다. 민트병원은 다른 어떤 대형병원보다 자궁근종/선근증 진료에 있어 훨씬 나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궁동맥색전술, MR하이푸, 그리고 복강경/자궁경수술이 모두 가능합니다.
가능한 것 뿐만이 아니고 둘째라면 서러운 전문가들이 실시간 소통하며 진료합니다. 소위 말하는 다학제진료이죠. 이 세 종류의 치료가 민트병원처럼 유기적으로 활발한 곳은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뭅니다. 그래서 “자궁근종 통합센터”라는 새로운 이름도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것이 민트병원으로 이직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사실, 이전 병원에서는 수술과 하이푸 치료는 활발했지만, 색전술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이푸 치료가 어려운 경우 다른 치료를 문의하는 환자에게 수술을 얘기할 수 밖에 없었고, 색전술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소극적 의미로 거짓말을 한거라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곳 민트병원에서는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음 편히 교과서에 바탕을 둔 원칙적 진료를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자궁근종 통합센터, 너무 좋은 시스템입니다. 어느 광고카피처럼 “근종 환자들께 너~무 좋은데 이걸 알릴 방법이 없네!”가 딱 제 심정입니다.
둘째, 환자 중심의 진료
대형병원에서는 너무 많은 사람, 너무 많은 조직이 유기적으로 돌아 가야하기 때문에 각각의 진료단위가 일정 부분 불편함 혹은 희생을 각오해야 합니다. 물론 자궁근종 하이푸 치료를 하던 저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죠. 이런 저런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에 내 주장만 하기 어렵고, 아쉬운 대로 차선을 택하거나 후일을 도모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 민트병원의 자궁근종통합센터는 자궁근종/선근증 진료에 최적화되어 있고, 지금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환자와의 거리가 가까워졌고 모든 것이 진료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세팅되었습니다. 말로만 떠드는게 아닌 진짜 환자 중심 진료입니다. 엄청난 효율성입니다. 예를들어 하이푸 치료의 경우 환자 내원부터, MRI검사, 치료 후 퇴원까지 짧으면 2~3일이면 가능합니다. 너무 빨리 진행되어 어색해하는 분들이 있을 정도니까요.
셋째, 연구의 결과를 진료에 활용
대학병원 ‘교수’는 진료뿐 아니라, 연구와 교육의 주된 업무가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잡일도 엄청나게 많죠. 이런 상황에서 진료 비중은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내 연구가 결국 누군가의 진료에 도움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위안했지만 의사라는 직업의 본질을 생각할 때는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이곳 민트병원에서는 연구보다는 진료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며 지금까지 했던 연구를 진료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들이 보다 큰 의미를 찾겠죠. 전처럼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긴 어렵겠지만 연구도 지속할 것이고, 오히려 보다 가까워진 환자와의 거리가 더욱 의미 있는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