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투석환자의 발 저림
글_민트병원 혈관인터벤션센터 배재익 원장(인터벤션 전문의)
혈액투석을 하고 있는 환자들 중 상당수는 발이 저리다, 둔하다, 시리다, 아프다 등으로 다양한 발의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투석합병증이나 당뇨합병증으로 신경이 둔해지고 망가지면서 이런 증상을 느끼기도 하지만, 검사를 해보면 발로 가는 동맥이 심하게 망가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왼쪽)정상인의 종아리 동맥과 (오른쪽)혈액투석 중인 당뇨환자의 종아리 동맥
위 혈관조영사진은 종아리를 지나는 동맥을 촬영한 영상입니다. (왼쪽 사진) 정상에서는 가늘지만 깨끗하고 분명한 혈관이 아래쪽으로 잘 주행하는 데 반해서, (오른쪽 사진) 당뇨 합병증으로 투석하고 있는 환자의 종아리 부위에서는 보여야 할 동맥은 다 막혀있고 가느다랗고 꼬불꼬불한 샛길 혈관들만 일부 남아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투석환자의 발 동맥이 망가지는 이유 세 가지
혈액투석환자에서 이렇게 발로 가는 동맥이 망가지는 기전은 대개 세 가지 입니다. 첫째, 투석을 한다고 해도 노폐물이 완벽하게 제거되지는 못하므로 일부는 남아 혈관을 노화시킵니다. 둘째, 기저 질환인 고혈압이나 당뇨에 의한 동맥경화가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칼슘과 인을 조절해야는 기관인 콩팥이 망가져 있으므로, 조절되지 못하고 넘치는 칼슘과 인이 혈관 벽에 쌓이면서 혈관이 뼈처럼 점점 변해 갑니다.
위 사진은 정상인과 혈액투석 환자의 발 부위를 X-선 사진으로 비교한 것입니다.(보통의 X-선 사진과 달리 뼈가 검게 보이게 처리된 영상입니다). (왼쪽 사진) 뼈만 선명하게 보이는 정상에서의 모습과 달리, (오른쪽 사진) 투석환자에서는 발등으로 가는 동맥(노란색 화살표)과 발바닥으로 가는 동맥(붉은색 화살표)의 벽이 마치 뼈처럼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는 뼈의 주 성분인 칼슘과 인이 혈관벽 속에 쌓여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런 혈관벽의 석회화가 심해지면, 피가 지나가야 하는 길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발과 발가락으로 제대로 피를 보내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마치 석회성분이 많은 수돗물때문에 수도관이 잘 막히듯이요.
(왼쪽) 협착을 보이는 투석환자의 종아리 동맥이 (중간) 혈관개통술 시행으로 (오른쪽) 치료된 후의 모습.
이런 종아리동맥의 협착과 폐쇄는 동맥 내로 가느다란 관을 넣어 이를 개통하는 혈관개통술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위 치료 영상사진을 보면 (왼쪽 사진) 막히고 좁아진 종아리 동맥들이, (중간 사진) 풍선관(노란색 화살표)을 이용한 혈관개통술 후, (오른쪽 사진) 현저히 개선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발가락이나 발의 상처를 주의하세요
혈액투석환자에 생기는 발 동맥의 문제가 단지 저리거나 시린 증상에 그친다면 참을 수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자칫하면 발가락이나 발의 괴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원래 발가락의 발톱을 깎거나, 발톱이 파고 들거나, 발가락들끼리 쓸리거나 하면서 워낙 작은 상처가 잘 생기는 곳입니다. 정상인에서 이런 발가락의 작은 상처는 금방 낫지만, 발로 가는 동맥이 망가져 있어 혈액순환이 좋지 않은 혈액투석 환자에서는 이런 발가락의 상처가 낫지 않고 악화되면서 서서히 주변으로 썩어 들어가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낫지 않는 상처가 있거나 발가락의 괴사가 진행되는 경우라면 발 동맥의 확인과 이의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당뇨병성 신부전 환자의 발과 발동맥 사진. 점점 괴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
위는 발가락의 괴사가 점점 진행되고 있는 당뇨병성 신부전환자의 발과 발동맥사진입니다. 둘째와 넷째 발가락의 일부는 검게 되사되었고 나머지 발가락들에도 염증이 퍼져 있습니다. 발 동맥사진을 보면 발 등과 발 바닥으로 주행해야 할 정상적인 동맥은 다 막혀있고 발목에서 꼬불꼬불하게 이어지는 샛길 동맥만 어렵게 보입니다.
혈관개통술 후 상처가 회복되고, 동맥이 선명하게 보이는 모습.
이 환자에서 종아리와 발등으로 이어지는 동맥에 대한 개통술을 성공시켰고, 이에 발등을 지나 발로 주행하는 동맥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후 위에 보이던 발가락 상처는 회복되었습니다.
위와 같이 발 동맥의 개통술은 당뇨발이나 혈액투석환자의 발 괴사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개발되고 발전해 왔지만, 괴사가 없다고 할지라도 발의 저림과 무딤, 시림을 개선하고 자칫 생길 수 있는 발 상처악화를 미리 막는 방법으로도 아주 유용합니다.
차고 저리고 아픈 발, 동맥이 좁아졌다는 신호
투석환자들에서 발이 차고 저리고 아파하는 경우에도 동맥 검사를 해보면 발등이나 발바닥을 지나는 동맥이 좁거나 막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도 발 동맥의 개통술을 시행하면 발을 지나는 동맥을 통한 혈류가 빨라져서 증상이 상당히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왼쪽) 투석환자의 막혀있는 발 동맥이 (중간) 혈관개통술 시행 후 (오른쪽) 혈류가 개선된 모습.
위 사진은 (왼쪽 사진) 투석환자의 발바닥 동맥이 막혀 있는 사진입니다. (중간 사진) 발등과 발바닥 동맥을 연결하는 개통술 후에 (오른쪽 사진) 발등과 발바닥, 그리고 발가락의 혈류가 현저히 개선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술 전과 후의 체열사진
같은 환자의 종아리와 발의 체열촬영을 비교해보면, (왼쪽 사진) 시술 전에 파랗게 차갑던 오른쪽 발이 (오른쪽 사진) 시술 후에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많이 따뜻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1~2mm 가는 혈관도 개통하는 혈관개통술
혈관개통술은 피부에 약 1.5mm의 작은 구멍을 내어 혈관 속으로 진입한 후,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넣어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인터벤션 시술입니다. 동맥이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혈관을 살릴 수 있는 시술로, 혈관질환을 치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1~2mm의 매우 가느다란 혈관까지도 개통시키는 거의 유일한 치료법이기도 합니다.
발 동맥의 혈관이 좁아진 경우나 막히기 직전이라면 개통술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며, 혈관이 막혀 발 또는 발가락에 낫지 않는 상처가 생긴 경우, 개통술과 상처 치료를 병행한다면 좋은 치료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