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병의 치료
버거병의 치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입니다. 사실 아래에서 거론하는 그 어떤 치료방법도 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다면 아무 효과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금연이 중요합니다. 담배를 줄인다고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완전히 차단하여야 합니다. 저는 항상 환자들에게 “담배 냄새도 맡지 않도록 하시라”고 말합니다. 간접흡연도 다시 병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길거리 지나면서도 담배연기를 피하고 담배를 피는 친구도 피해야 합니다.
버거병 치료를 위한 방법
버거병 치료를 위하여 현재까지 많은 약들이 사용되었습니다. 약들은 대개 피의 응고작용을 주관하는 혈소판의 기능을 억제하는 약(아스피린이나 클로피도드렐) 이거나 혈관의 근육을 늘어지게 해서 확장효과를 주는 혈관확장제들입니다. 물론 혈관확장제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혈관을 확장시키는 효과도 약에 따라서 다양하죠. 그리고 혈관확장효과 이외에 혈소판의 기능에도 같이 관여를 한다거나 혈소판을 뭉치게 하는 섬유소에 작용한다거나 피를 점성을 떨어뜨린다거나 하는 효과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약도 이것 하나로 막힌 혈관을 뚫어줄 수는 없습니다. 막힌 부분을 돌아서 가게 하는 샛길 혈관을 더 자라게 하지도 못합니다. 다만 그나마 남아 있는 샛길 혈관을 넓혀서 발로 피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가게 하는데 좀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수술적인 방법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적인 방법은 대개 막힌 혈관을 우회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는 방법과 혈관 수축에 관여하는 자율신경(교감신경)을 절제해서 혈관이 계속 확장되어 있게 유도하는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전자를 혈관우회술이라 하고 후자를 교감신경절제술이라고 합니다.
혈관우회술과 교감신경절제술
혈관우회술은 다른 부위 혈관(주로 다리의 정맥)을 떼다가 막힌 부분의 위와 아래에 붙여서 막힌 부분을 우회하는 길을 만드는 수술입니다. 그런데 혈관우회술을 하려면 위와 아래에 각각 건강한 혈관이 남아 있어야 하고, 막힌 부분이 너무 길지도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버거병환자는 대부분 막힌 부분이 굉장히 길고 막힌 부분의 아래쪽에 수술에 사용할 만한 건강한 혈관이 별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회수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교감신경절제술은 과거에는 허리 쪽으로 절개하고 들어가서 시행하였으나 최근에는 바깥에서 바늘로 그 부위를 찔러서 약물로 목표하는 신경만을 파괴시키는 방법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교감신경을 절제하거나 차단하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발로 가는 동맥과 미세혈관을 확장시켜서 통증을 완화시킨다는 효과는 확실히 입증되었으나, 수주 또는 수개월 후에는 동맥의 수축성(tone)이 다른 보상기전에 의해서 회복되고 미세혈액순환의 장애가 다시 생기면서 혈관확장효과가 거의 없어지게 된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어서 최근에는 거의 시행되고 있지 않습니다1,2.
심지어는 종아리 뼈를 일부러 부러뜨린 다음 종아리에 외고정장치를 달아서 다리를 늘어뜨리는 힘을 가해 신생혈관을 만드는 기능을 일부러 촉진시키는 치료도 시도되었습니다. 너무나 극단적인 방법으로 여겨져 오늘날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버거병의 실험적인 치료
최근에는 분자생물학이나 유전자치료의 발달과 더불어 몇 가지의 실험적인 치료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신생혈관발달을 유도하는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이나 여러 가지 조직으로 분화발전 할 수 있는 능력을 함유한 줄기세포(stem cell) 등을 이용한 치료입니다3,4. 대체적으로 이런 치료는 원래의 다리 동맥을 치료한다기 보다는 종아리 근육에 주입해서 종아리쪽으로 더 많은 샛길이 자라게 유도해 보고자 하는 치료입니다. 최근에는 버거병을 자가면역질환으로 여기고 혈액 속의 면역글로불린을 제거하는 치료도 시도되고 있습니다5.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말 그대로 실험적인 치료라서 그 효과가 아직 채 검증되지 않았고 치료시도를 하는데도 큰 비용이 필요하게 됩니다.
막힌 혈관을 직접 개통하는 혈관성형술
1960년대 말부터 태동한 혈관성형술이라는 것이 그 동안 발전을 거듭해서이제는 막힌 혈관이라도 미세한 드릴로 뚫듯이 개통하기도 하고, 혈관내부로 통과할 수 없으면 혈관의 벽을 결 따라 찢으면서 개통하기도 하는 등 많은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 졌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혈관통과기구의 성능이 개선되어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1-2mm 직경의 혈관에 대한 개통술도 가능하게되기도 하였고요. 치료방법이 오랜 기간 동안 검증되기도 했다는 점은 또 하나의 큰 장점입니다.
다리 동맥에 대한 혈관성형술은 대개 동맥경화증에 의한 협착이나 폐쇄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적용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이러한 기술적 진보를 바탕으로 버거병처럼 오랫동안 막혀서 거의 흔적만 남아있는 동맥의 치료에도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보편적인 치료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를 보면 매우 고무적입니다. 이탈리아의 Dr. Graziani 연구팀의 보고에 의하면 20명의 환자를 치료하여 90% 이상에서 기존에 막혀있던 다리 동맥의 개통에 성공하였고 그 중 대부분이 증상이 좋아졌다고 합니다6.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적극적으로 혈관개통술을 버거병에 적용하고 있으며, 필자가 치료결과를 모아서 주요 학회에 보고하기도 하였습니다7.
혈관성형술은 간단히 말하면 혈관 속으로 길을 찾아 막힌 부분을 개통하는 치료입니다. 길을 찾는 기본적으로 유도철사(guide wire)라고 하지요. 유도철사의 전진과 방향을 조절해 줄 수 있는 기다란 관인 카테터(catheter)가 같이 사용됩니다. 풍선관(balloon catheter)은 이렇게 찾을 길을 확장하여 혈관의 형태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기구입니다.번역할 적절한 단어가 없어서 ‘철사’ 또는 ‘풍선’이라고 하지만 실제 우리가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철사나 풍선과는 차원이 다르고.첨단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구들입니다.
풍선관의 다양한 형태(좌)와 풍선관이막힌 혈관부위를 확장하기 위하여 삽입된 모습(우)
풍선관이 부풀려지기 전에는 매우 매끈하고 가느다란 관의 형태입니다. 이 상태로 확장할 혈관부위까지 삽입 된 다음 부풀려지게 되면서 혈관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물론 확장이 끝나면 풍선관은 빼서 제거합니다. 가끔 풍선으로 넓혔다고 설명 드리면 몸 속에 풍선이 남아있는 줄 아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수술할 때 사용한 가위를 배 속에 남겨놓지 않듯이 말이죠.
위 사진들은 실제 막힌 혈관을 유도철사와 카테터로 찾는 과정과 이를 풍선관으로 확장성형하는 모습입니다. 이 환자의 경우 무릎의 위쪽에서부터(좌측 첫번째 사진), 발목에서부터(좌측 두번쨰 사진) 각각 혈관 속으로 유도철사(검은색 화살표)를 이용하여 양 방향에서 길을 찾는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사진 속의 검은색 화살표는 유도철사를 가리킵니다. 길을 찾는 과정이 가장 어렵고 핵심적인 과정입니다(좌측 세번째 사진). 마지막 사진은 찾을 길을 풍선관(빨간색 화살표)으로 확장하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혈관성형술로 치료한 버거병 환자의 다리동맥의 최종결과입니다. 좌측사진은 혈관성형술 치료 전 초기 다리동맥 사진입니다. 무릎 부위에 있어야 할 주요 간선 동맥이 없어지고 주변으로 샛길들만 보이는 모습입니다. 중간사진은 이를 위에서 설명한 방법으로 길을 찾고 혈관성형을 시행하여 무릎부위 혈관 길을 개통한 직후의 모습입니다. 우측사진은 혈관성형술후에 한 달간 운동과 약물 치료를 병행한 결과 무릎 부위의 동맥이 굵고 튼튼하게 자라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버거병 환자들의 동맥의 동맥경화와는 달리 일단 개통이 되고 보존적 요법을 잘 하면 혈관이 다시 튼튼하게 굵어지는 모습은 매우 흥미있는 결과입니다.
결론적으로 버거병의 대부분의 기존 치료법은 샛길을 확장시키거나 샛길이 좀 더 자라게 하는 방법들이었지만 최근에는 막힌 혈관을 직접 개통하는 혈관성형술도 좋은 치료법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버거병환자가 혈관성형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종아리 아래쪽이나 발에 건강한 혈관이 일부라도 남아있다면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고 성공률도 높습니다. 이렇게 막힌 혈관 부분을 직접 개통한 다음 기존 치료법을 병행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참고자료]
1 Nesargikar, P., Ajit, M., Eyers, P., Nichols, J. & Chester, F. Lumbar chemical sympathectomy in peripheral vascular disease: does it still have a role? Int J Surg7, 145-149 (2009).
2 Agarwal, P. & Sharma, D. Lumbar Sympathectomy Revisited: Current Status in Management of Peripheral Vascular Diseases. The Internet Journal of Surgery (2008).
3 Gulati, S. M., Madhra, K., Thusoo, T. K., Nair, S. K. & Saha, K. Autoantibodies in thromboangiitis obliterans (Buerger's disease). Angiology33, 642-651 (1982).
4 Yang, S.-S. et al. A phase I study of human cord blood-derived mesenchymal stem cell therapy in patients with peripheral arterial occlusive disease. International journal of stem cells6, 37 (2013).
5 Baumann, G. et al. Successful treatment of thromboangiitis obliterans (Buerger’s disease) with immunoadsorption: results of a pilot study. Clinical Research in Cardiology100, 683-690 (2011).
6 Graziani, L. et al. Clinical outcome after extended endovascular recanalization in Buerger’s disease in 20 consecutive cases. Annals of vascular surgery26, 387-395 (2012).
7 배재익, 원제환 & 김지대. in 대한영상의학회 학술대회 (2013).
글_ 배재익 민트영상의학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