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서도 드물지만 발생한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여자 버거병 환자들도 거의 대부분 흡연자였습니다. 여자에게 드물었던 이유는 흡연자가 남자보다 적었기 때문인 것이죠. 담배를 피지 않는 환자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도 되었으나 그 빈도는 약 5% 이하로 매우 드물었고, 직접 흡연은 아니라고 간접적인 흡연이 원인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3.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담배와 버거병과의 연관성이 거듭 밝혀지면서 담배가 버거병 유발의 확실한 외부적 요인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사실 버거병이 아니라도 담배는 혈관이 엄청나게 나쁜 영향을 줍니다. 담배는 가장 강력한 혈관수축제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담배를 피울 때 느끼는 몽롱함은 뇌로 가는 동맥이 수축되어 실처럼 가늘어지고 이 때문에 머리로 피를 잘 보내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실처럼 가늘어진 혈관의 수축이 풀리긴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동맥은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이죠.
담배를 많이 피는 사람 모두에게 폐암이 생기는 것은 아니 듯, 담배를 많이 피는 사람에게 다 버거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다른 내재적 요인이 관여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의사들은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담배에 혈관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유전적 특성을 가진 사람이 담배를 피면 버거병이 생긴다’ 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고 이를 거의 증명하였습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 들어있는 유전자 중에는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HLA(human leukocyte antigen)라는 유전자 군이 있습니다. 면역이란 자기 것과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질을 구분하여 이물질(예를 들면, 세균, 바이러스, 다른 사람의 세포 등)을 공격해서 없애는 우리 몸의 중요한 자기방어장치를 말합니다. HLA란 이 면역체계에서 자기 것과 이물질의 구별을 위한 표시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HLA 유전자 군 중어떤 유전자는 특정 질병에 잘 걸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강직성척추염인데 이 환자들의 90%이상에서 HLA-B27이라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버거병의 유전자적 특징에 대해서는 아직 다 밝혀져 있지는 않습니다만, 일본과 영국에서 시행된 연구에 의하면 버거병 환자에서 HLA-A9, HLA-B5, HLA-BW10이라는 유전자가 있는 경우는 많고 HLA-A12 유전자는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4,5. 또한 면역이라는 전쟁터에서 총알이나 미사일의 역할을 하는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이 혈액 속에 증가되어 있다는 것도 밝혀져 있습니다6.
종합하자면 처음에 언급했듯이 버거병의 원인으로는 ‘담배에 혈관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유전적 특성을 가진 사람이 담배를 피게 되면 버거병이 생긴다’ 라는 것이 현재의 정설입니다.
[참고자료]
1 Ansari, A. Thromboangiitis obliterans: current perspectives and future directions. Texas Heart Institute Journal17, 112 (1990).
2 Silbert, S. Etiology of thromboangiitis obliterans.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129, 5-9 (1945).
3 Fiessinger, J. N. in A testbook of vascular medicine (ed J. E. Tooke, Lowe, G.D. ) 2143-2147 (Arnold, 1996).
4 McLoughlin, G., Helsby, C., Evans, C. & Chapman, D. Association of HLA-A9 and HLA-B5 with Buerger's disease. BMJ2, 1165-1166 (1976).
5 Ohtawa, T. et al. HL-A antigens in thromboangiitis obliterans. JAMA230, 1128-1128 (1974).
6 Gulati, S. M., Madhra, K., Thusoo, T. K., Nair, S. K. & Saha, K. Autoantibodies in thromboangiitis obliterans (Buerger's disease). Angiology33, 642-651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