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MRI를 통한 간암 진단 과정에서 알아야 할 것들
글: 민트병원 이미징센터 김영선 원장/의학박사(영상의학과 전문의)
최근 의학기술의 발달은 여러 분야에서 눈부십니다. 그중 저와 같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입장에서 짧은 기간 동안의 많은 발전이 피부로 느껴지는 분야 중 하나가 간암 진단을 위한 간 MRI(Magnetic Resonance Image, 자기공명영상) 검사입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간암은 주로 CT(Computed tomography, 컴퓨터 단층촬영)로 진단하곤 했고, 간처럼 호흡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 장기는 호흡을 멈출 수 있는 짧은 순간(10~20초)에 빨리 검사가 되어야 하는데 당시 기술로는 CT만 이것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MRI의 고속촬영 기법의 발전으로 MRI도 그 정도의 시간에 간 전체를 영상화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고자장 MRI(소위 3.0T MRI)의 보급으로 더 빠르고 보다 해상도 높은 영상의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이와 더불어 간세포 특이 MRI 조영제(성분명: gadoxetic acid, 상품명: 프리모비스트 [Primovist])가 개발되어 간암 진단의 정확도가 보다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10여 년 전에는 CT로 진단할 수 있는 간암의 크기는 최소 1cm는 넘어야했는데, 최근에는 심지어 직경이 5mm 정도 되는(심지어 보다 작은) 간암도 MRI로 진단되고는 합니다. 이렇게 간암이 작은 크기로 진단 된다는 것은 그 만큼 빠른 시기에 치료할 수 있고 따라서 생존률 등 예후를 좋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의미가 큰 발전입니다. 이와 같은 변화로 인해 간암 진단을 위한 간 MRI 검사는 점점 더 많이 시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심지어 조직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간암 진단의 표준 방법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중요성이 증가되고 있는 간 MRI 검사에 대해 환자로서 알아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첫째, 고위험군인 경우 정기 검사가 중요하며 필요 시 간 MRI를 시행하면 됩니다.
간암, 보다 구체적으로 간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간암인 간세포암(Hepatocellular, HCC)은 여러 가지 원인의 간염 혹은 간경병증(B형 바이러스성, C형 바이러스성, 알코올성 등)이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입니다. 이러한 위험인자를 지닌 40세 이상의 환자는 6개월에 1회씩 간초음파검사 및 혈액암표지자검사(알파태아단백, alpha-fetoprotein: AFP)를 통해 간암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해야 하며 이것이 국가암검진사업에서의 권고사항이며 우리나라의 간암 진단의 기본 원칙입니다. 이러한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있어 간암이 의심되는 경우에 한해 CT나 MRI를 시행하는 것이 표준 진료 방법입니다. 위험인자가 있다고 처음부터 무턱대고 간 MRI검사를 시행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간암이 발생하여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경우라면 간암 발생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다른 이상 소견 없이 정기적으로(3~6개월마다) 간 CT나 MRI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둘째, 간 MRI는 MRI 장비의 성능과 사용되는 조영제가 중요합니다.
국내 대부분 병원의 MRI 장비는 자장의 세기에 따라 1.5T 혹은 3.0T로 구분됩니다. 1.5T보다는 3.0T 장비가 고급 장비이며 보다 빠르고 해상도 높은 영상이 가능합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지만) 장비가 아주 오래된 경우 영상의 질이 떨어지곤 합니다. 또한, MRI의 조영제(MRI 촬영 시 정맥에 주입함으로써 혈류의 양상을 평가할 수 있는 약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재 간암 진단을 위해서는 프리모비스트(Primovist)라는 상품명의 gadoxetic acid 성분의 조영제를 사용합니다. 다른 MRI 조영제와는 달리 이 약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간의 정상세포에 섭취되는 반면 간암세포에는 섭취되지 않아 주입 20분 후에 MRI를 찍으면 간암세포가 검게 표현됩니다. 물론 프리모비스트가 아닌 일반 MRI 조영제를 사용해도 간암 진단이 가능하긴 하지만 프리모비스트를 사용하면 보다 높은 민감도 및 특이도로 간암이 진단되곤 합니다.
결론적으로 3.0T의 너무 오래 되지 않은 MRI 장비를 이용해 프리모비스트 조영 간 MRI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T MRI 장비에서 프리모비스트로 조영증강 후 20분이 지난 간 영상의 예.
본 영상에서 정상 간실질은 밝게 보이는 반면 감암 등의 종양은 검게 보여 진단이 가능합니다.
셋째, 그럼에도 환자의 호흡 조절이 더욱 중요합니다.
전술한 바처럼 간은 호흡에 의해 움직이는 장기입니다. MRI는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촬영 대상이 불규칙하게 움직이면 좋은 영상을 만들 수 없습니다. 반면 정지되어 있거나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경우에는 깨끗한 영상이 만들어집니다. 그나마 현재까지의 기술 발전에 의한 한 번 호흡 정지를 할 수 있는 시간이면 MRI로 영상화가 가능해졌습니다. 그 시간은 약 15~20초인데 그동안 움직임이 발생하면(아래 왼쪽 그림) 영상이 뿌옇거나 물결치듯 보이기 때문에 작은 간암의 경우 진단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사실 15~20초 동안 전혀 움직임 없이 숨을 참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생소한 MRI의 환경으로 많이 긴장을 했든지, 연세가 많은 분들일 경우 더욱 어려움이 있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흔히 마주치는 상황입니다.
앞서 MRI의 성능이나 MRI 조영제의 종류가 영상의 질, 간암 진단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호흡 조절을 잘하는지 여부가 훨씬 더 큰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간 MRI 검사를 받으실 때 검사자의 지시에 따라 호흡을 조절하는 것에 가장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사실 이러한 호흡 조절하는 정도는 검사 시행 전 이러한 상황에 대한 설명 및 교육이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검사 경험이 많은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으시는 것이 추천됩니다.
간 MRI 검사 중 호흡 조절 정도의 차이에 의한 영상 질 차이.
좌측의 MRI는 촬영 중 심한 호흡 운동으로 인해 물결모양의 허상이 심한 반면
우측의 MRI는 촬영 중 호흡 정지가 양호해 영상이 보다 깨끗하게 보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작은 간암의 진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넷째, 간암이 진단된 경우 바로 치료하기도 하나 때로는 추적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 MRI 결과 간암이 진단되는 상황은 매우 다양합니다. 간암의 크기, 간암의 개수, 간암의 위치 및 혈관과의 관계, 간경변의 진행 정도 및 간 기능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고전적으로 초기 간암의 치료는 간절제술을 시행했지만, 최근에는 고주파열치료(Radiofrequency ablation: RFA)나 극초단파소작술(Microwave ablation) 혹은 냉동소작술(Cryablation) 등의 비수술적인 치료도 초기 간암에 대해 간절제술과 유사한 좋은 결과를 보여 많이 시행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치료법의 선택은 많은 인자를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고 역시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간암 치료에 경험이 많은 의료기관에서 치료에 대한 계획을 세우시면 됩니다.
간혹 크기가 너무 작은 간암이 진단되면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혹은 진단이 애매한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 2~3달 정도 후에 추적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간세포암은 그렇게 빨리 자라지 않는 성격을 지닌 암이라 너무 작은 경우라면 2~3달 기다려 치료를 해도 최종적인 예후에는 영향을 거의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언
간세포암은 간염백신사업 등의 효과로 인해 최근 발생빈도가 감소되는 추세이나 여전히 국내 암 사망의 주요 원인입니다. 특히 어느 정도 커질 때까지는 증상이 전혀 생기지 않기에 "조용한 살인자"라고도 불리우는 암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MRI 기술 및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초기 간암인 경우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며, 더구나 우리나라의 간암 진단 및 치료는 전 세계적 최고 수준입니다.
따라서, 간암에 대한 고위험군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6개월마다 반드시 정기검진을 시행하셔야 하며, 적절한 시점에서 간 MRI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