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의료봉사를 다녀오며 - 김재욱 원장
에티오피아 MCM 병원 환우 예배
에티오피아에서의 열흘…
에티오피아 MCM 병원에서 현지 5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인터벤션 시술 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왔습니다.
MCM 병원은 에티오피아 정부의 요청으로 국내의 한 교회에서 지원하여 세워진 병원입니다. 국내, 미국 유럽 등지에서 각 분야 전문의들이 동참하여 에티오피아 의료진 교육과 선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미 에티오피아 내에서는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습니다.
2년 전, 에티오피아에서 처음으로 MCM 병원에 혈관조영장비가 설치되었습니다. 현재 에티오피아에 단 한 대 뿐인 장비입니다.
이를 기점으로 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회 회원 중 뜻을 같이한 10여 명의 전문의들이 동참하여 에티오피아에서 5명의 인터벤션 전문의사를 교육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로 2년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매달 한 명씩 돌아가며 1주일 정도 집중적으로 인터벤션 시술 및 의학교육을 해왔습니다.
2017년 9월 3일부터 7일까지, 민트병원을 대표해 저 김재욱이 교육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인천에서 홍콩을 경유해 에티오피아로 향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을 처음 밟는 기대와 긴장감은 인천공항에서 홍콩을 경유하여 아디스아바바로 향하는 에티오피안항공에 탑승하면서 금새 친근감으로 바뀌었습니다. 2012년 중미 아이티 의료봉사를 하면서 만난 아프리카인에 비해 에티오피아인은 오히려 피부색이 그렇게 검지 않았고, 한국전쟁 당시 6,000여명의 군인을 파병하여 100여 명이 전사한 역사적인 배경 때문인지 한국인을 대하는 그들의 미소에서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이집트 콥트교의 달력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의 달력체계와는 다릅니다. 8년 정도가 더 늦어서 현지에 도착했을 때는 에티오피아는 2009년이었고, 사용하는 시간도 아침에 해가 뜨는 시간이 하루의 시작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시간으로 오전 6시가 하루의 시작으로 0시가 됩니다. 현지인과 약속을 할 때는 현지시간인지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시간지 정확히 하지 않으면 서로 오해해서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합니다.
에티오피아의 시간 여행. 15시간 비행으로 1000년 전으로 돌아가다
아무튼 사용하는 시간의 체계가 다른 것 만큼이나 에티오피아 도착했을 때는 시간여행을 해서 먼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의료에 있어서도 우리나라 70년대 정도 수준이 아닐까 싶고 특히 인터벤션의 경우는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었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기반은 더 낙후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지난 2년 가까이 먼저 교육을 하신 여러 교수님들 덕분에 기본적인 시술은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시술은 간암에 대한 경동맥화학색전술(TACE) 이며, 그외에도 담도 폐쇄에 대한 경피적담액배액술(PTBD), 농양배액술, 경피적조직검사 등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경동맥화학색전술의 경우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앞서 있어 이 분야를 중심으로 기본적인 술기와 환자관리 등 전반적인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의료기구, 의료재료... 여의치 않은 상황이지만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치료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사용하는 각종 의료 소모품의 수입이 원할하지 않아 방문하는 여러 교수님이 가져간 재료를 재활용하고 있어 정밀한 시술을 하기에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 인터벤션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도 비슷했으며 의료기술 뿐만 아니라 의료시설, 소모품 등 전반적인 지원이 동반되어야 향후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에티오피아 의료 역사에서 인터벤션의 개척자가 될 그들
현재 이 병원에서는 5명의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인터벤션 시술을 배우고 있으며 인터벤션실 전담 방사선사 및 간호사도 교육 받고 있고 이 중에서는 한국에 방문하여 단기 교육을 받고 간 의료진도 있습니다. 이들이 에티오피아 의료 역사에서 인터벤션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으며 이들을 통해 5년, 10년 후에는 인터벤션 분야를 이끌어가는 주축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비수술 치료에 대한 요구가 큰 에티오피아. 인터벤션이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9월 6일에는 MCM 병원 전체 의료진 및 의대생이 참여하는 컨퍼런스에서 <자궁근종에 대한 자궁동맥 색전술>, <남성불임의 원인 정계정맥류 인터벤션 치료>에 대해 특강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흑인에서 자궁근종의 유병률이 더 높으며 대부분의 여성들과 같이 근종으로 인해 자궁적출술을 원치 않고 있고 특히 전통적으로 자궁이나 유방을 잃으면 더 이상 여자가 아니라는 문화적인 영향으로 수술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하여 자궁동맥 색전술과 같은 비수술적 치료에 대한 요구가 더 크다는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강의를 들은 현지 의사들은 새로운 인터벤션 시술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반응을 보였으며 향후 시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로 하였습니다. 특히 아디스아바바 국립의대 영상의학과 전문의 아시나피는 "산부인과 전문의들도 관심을 많이 보인다면 에티오피아에서 민트병원과 같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급격한 성장과 발전을 앞둔 에티오피아
강의에 앞서 한국전 참전에 대해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렸으며 많은 에티오피아인들은 50년대 자신들이 도운 한국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한국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호의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양국간의 역사적 관계에 비해서는 사회 경제적으로 구체적인 협력관계가 부족함에 대한 아쉬움과 에티오피아 여기저기에 보이는 중국어 간판 및 식당들, 중국어 안내 등을 보며 중국의 영향이 이곳 에티오피아에 얼마나 깊게 미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에티오피아 정부도 값싼 노동력을 장점으로 중국 및 동남아 국가들이 주력으로 하고 있는 경공업 유치에 힘쓰고 있고 각종 시설을 투자하고 인력을 지원하며 매해 놀라운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아디스아바바 수도에 지어지는 각종 건물들을 보면 그 발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발전의 단계에 우리나라가 의료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