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에세이]
멀리 전라도 광주에서
민트병원을 찾아온 젊은 투석환자
- 민트병원 VC센터 남우석 원장 -
투석혈관 하이브리드 치료 후 환한 웃음을 보여준 청년
2016년 여름이 한창 지나 가을 문턱을 두드리는 8월 마지막날, 한 젊은 남자 환자분이 어머니 손에 이끌려 진료실을 찾아주었습니다.
그는 중학교 무렵부터 신증후군이라는 병으로 콩팥이 망가져 13년이라는 오랜 젊은 세월을 투석에 의존하고 있는 환자였습니다. 성장이 필요한 시기에 투석을 해서 그런지 키도 작은 편이었고 투석을 하고 있는 오른팔은 왼쪽 팔에 비해 많이 커져있고 혈관이 울퉁불퉁 튀어나오고 거무스름해져 한눈에 봐도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는 분이었습니다.
환자분 상태 뿐 아니라 저를 놀라게 하고 긴장하게 했던 또 다른 것은 정말 멀리서 오신 분이라는 것입니다. 비교적 근거리이기 때문에 경기도 광주에서 간간히 환자들이 찾아오시곤 했지만 멀리 전라도 광주에서 오신 분은 처음이었습니다. 처음에 주소지가 광주라는 것을 보고 경기도 광주분인가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멀리서 어렵게 찾아올 정도로 그만큼 환자와 환자 어머니는 절실했습니다.
환자는 매우 수줍음이 많고 낯을 가려 어머니를 통해 환자분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수년 전부터 투석에 사용하는 오른팔이 붓기 시작했고 수개월 전부터 너무 많이 커지고 붓기가 심해졌다고 합니다. 3개월 전 강남의 유명 혈관외과 진료를 받았지만 지켜보자는 이야기를 듣고 지내다가 근래에 압통도 생기고 거무스름하게 피부 변색도 생겨 투석실 수간호사님의 권유를 받고 민트병원을 찾아오시게 됬습니다.
멀리서 우리 병원을 믿고 찾아주셔서 매우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유명하다는 다른 병원에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돌려 보낸 환자를 또다시 실망시키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많았습니다.
초음파로 혈관상태를 면밀하게 상태를 살펴보니 전반적으로 투석혈관이 부풀어 있고 혈류량이 과도하게 증가된 상태였습니다. 또한 오른팔 부종과 함께 오른쪽 어깨와 가슴 부위의 표재정맥이 발달하여 중심정맥 협착이 의심되는 상태였습니다. 정리하여 보면 환자의 오른팔에 흐르는 혈액의 양이 매우 많은데 그것이 빠져나가는 통로는 매우 좁아 팔이 붓고 통증까지 생기면서 색소침착까지 진행된 심각한 상태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치료는 나가는 문은 열어주고 들어오는 문은 작게 만들어 과도한 혈액 흐름을 낮추고 압력도 떨어뜨려야 합니다. 따라서 두 가지 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는데 나가는 문을 열어주는 것은 인터벤션치료가 효과적이고 들어오는 문을 작게 하는 것은 수술치료가 효과적이어서 이러한 두가지 치료를 병합하는 소위 하이브리드 치료가 잘 이루어지는 것이 관건입니다. 우리 민트병원은 하이브리드 치료에 필요한 협진체계와 시설, 인력을 갖추고 있는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 환자분도 우선 투석혈관 조영술 및 중심정맥 조영술을 시행하여 중심정맥이 좁아져있고 그로 인해 투석혈관이 부풀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중심정맥을 풍선확장하였습니다. 바로 이어서 투석혈관 문합 부위를 수술적 방법으로 크기를 줄여주는 문합부 축소술을 시행하였습니다. 하이브리드 치료는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고 4주 뒤에 외래에 오셔서 점검하기로 하였습니다.
4주가 지나 진료실에서 들어서시며 환자와 어머니는 너무나도 반갑게 인사를 하시고 웃으시며 좋아하셨습니다. 저 역시 매우 반가웠고 기뻤습니다. 부종이 호전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초음파검사를 해보니 수술 직후 줄었던 혈류량이 다시 늘어나 있었습니다. 중심정맥 협착과 팔 부종이 조기에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간과할 수 없었습니다. 좀더 지켜볼지 고민했지만 멀리서 저를 믿고 찾아와 주시는데 여러 번 오시게 할 수도 없고 확실하게 치료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한번 더 축소술을 권유드렸습니다. 이번에는 동정맥 문합부 뿐만 아니라 아래팔의 부풀은 혈관을 축소하는 비교적 큰 수술이었습니다.
환자와 어머니는 크게 고민하지 않으시고 저를 믿고 따라 주셨습니다. 투석혈관이 아래팔 안쪽에 만들어져 있어 위치가 까다로왔지만 다행히 문제없이 수술이 잘 되었습니다. 만족할 만큼 혈류량이 줄어들었고 위팔의 투석혈관 압력도 많이 감소하였습니다.
2차 수술 후 2주 뒤 뵌 환자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부기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상당히 많이 빠지고 검붉었던 피부색이 두드러지게 좋아졌습니다. 환자분의 수줍음도 많이 사라져 제게 고맙다고 크게 인사를 해주실 정도였습니다. 저 또한 환자가 잘 치료되고 있어 오히려 제가 환자분에게 절을 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4개월 뒤에도 오른팔은 부기가 빠진 상태를 잘 유지하였습니다. 혈류량도 줄어든 상태를 잘 유지하고 투석혈관도 압력이 증가하지 않고 잘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역시 환자와 어머니도 밝은 미소와 감사의 인사를 건네주셨고요.
이제 수술 후 1년 즈음에 환자분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라도 광주에서 우리 병원 진료실까지 오시는 서너시간 동안 환자분과 환자 어머니는 어떤 마음일까요? 그리고 진료를 마치고 돌아가실 때는 어떤 마음일까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걱정 반 기대 반을 하며 오시겠지만 적어도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시간은 매우 행복한 시간이 되도록 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