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에세이
민트병원에서 정계정맥류 치료한 두 형제
- 민트병원 특수클리닉센터 김재욱 원장 -
정계정맥류 수술 실패 후 찾아 온 민트병원...
어린 아들을 둔 아버지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11세 정훈(가명)이를 데리고 진료실로 오셨던 아버지께서는 정계정맥류색전술 치료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물으셨습니다. 얼마나 안전하냐, 몇 건이나 시술을 했냐, 논문은 쓴 게 있냐…
정훈이는 1년 전에 정계정맥류 3기로 모 대학병원에서 전신마취하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10대에 생기는 정계정맥류의 경우 3기 이상으로 심하거나 고환 위축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한데 대부분 병원에서는 전신마취하에 수술적 치료를 해왔습니다.
합병증 없이 치료가 잘 되는 경우가 많겠지만 여전히 재발률도 높고 음낭에 물이 차는 합병증(음낭수종) 발생도 높아 어린 나이의 아이들의 경우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정훈이는 내원 당시 정계정맥류는 그대로 남아서 3기 상태였고 안타깝게도 켈로이드 체질이라 수술 자국이 너무도 선명하게 부풀어져 보이는 상태였습니다. 부모님과 색전술 치료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드리고 시술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정계정맥류 색전술 치료는 국소마취(오른쪽 윗팔)로 가느다란 카테터라는 관을 이용해서 역류가 되는 고환정맥을 찾아들어가 백금코일과 경화제로 막는 치료입니다. 시술 시간은 15~30분 이내로 짧고 입원이 필요 없고 수술 후에 생길 수 있는 음낭수종, 고환 위축과 같은 합병증은 없는 매우 안전한 치료 방법입니다.
정맥조영술을 먼저 시행해서 고환정맥을 보니 수술 부위 옆으로 재발한 혈관을 통해 역류가 심하게 남아 있었고 이 부분을 간단하게 막아서 시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아이는 2시간 정도 쉬다가 퇴원하는데 수술과 달리 말짱하게 회복되어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 후 정기 검진을 위해 내원하는 부모님과 아이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시술 후 1~2주 정도는 재발 방지를 위해 너무 뛰어놀거나 힘주는 운동은 삼가라고 했지만, 아이들이 거의 불편감이 없기에 이런 주의는 효과를 못보게 되는데 역시나 아이가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해서 혹시 시술 결과가 나쁘지 않을까 걱정하셨습니다.
일단 겉으로 보이는 정계정맥류는 더이상 보이지 않았고, 도플러 초음파검사에서도 역류는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습니다. 수술 후 남은 굵은 흉터만이 이런 질환을 갖고 있었다는 아픈 기억만을 남기게 되었지요.
그리고, 몇 달 후에 그 동생도 정계정맥류로 색전술 치료를 받았습니다. 형의 수술 후 재발로 미루고 있었다가 색전술 치료 결과가 좋으면 동생도 받겠다고 하셨는데 형의 결과를 보고 바로 시술을 하게 되었지요. 물론 동생은 수술의 흉터도 없이 말끔하게 치료가 되었습니다.
소아청소년기의 정계정맥류 치료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슈가 있습니다. 치료를 해야하는가? 어떤 치료가 더 나은가? 언제 치료를 해야하는가?
얼마전에 만난 유럽의 의사는 유럽에서는 정계정맥류의 1차 치료로 색전술을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희 병원에서 소아청소년기의 정계정맥류 치료 결과를 유럽학회에 보고하였을 때도 수술에 비해 안전하고 효과도 좋다는 결론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정훈이 형제를 비롯해서 소아청소년기에 색전술 시술을 믿고 받아준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하며 이 결과는 환자를 위한 보다 나은 의료 발전에 초석이 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