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에세이
자궁근종으로 처음 자궁적출수술을 했던 환자
- 민트병원 부인과센터 김하정 원장 -
민트병원 최초의 자궁적출술 환자
문정동 민트병원이 오픈하고 한 달이 지날 때쯤 그 분을 만났습니다.
나의 직업이 환자들을 만나고 그 분들의 문제를 듣고 내가 아는 최선의 지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해드리는 것입니다. 늘 환자들과 만나고 이야기 나누지만 아직도 진료실로 들어오시는 새로운 환자분들을 뵐 때면 조금은 어색하고 긴장됩니다.
3월초 그 분을 뵐 때도 조금은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2009년부터 민트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셨던 분으로 그만큼 민트병원에 대한 신뢰가 남다르고, 자궁근종으로 수술적 근종절제술부터 색전술, 하이푸 치료까지 거의 모든 치료를 다 받으셨던 분이기 때문입니다. 2016년 마지막 시술을 받으시고 6개월만에 내원하셨는데 다시 근종이 커지고 배가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환자분은 마른 체격에 복부만 부른 상태였고 얼핏 봐도 근종이 굉장히 크다고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생리와 관련된 증상은 없고 단지 복부 팽만감, 압박감만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자궁을 보존하기 위해 여러 시술을 받고 버텨왔는데 더 이상 다른 시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나는 환자분의 치료 과정과 개인적 여건을 생각하며 잠시 고민하였습니다. 의사로서 당신에게 최선의 치료는 전자궁적출술, 그것도 크기가 너무 커서 개복술을 권해야 하지만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환자분이 먼저 편안한 미소를 띄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민트병원에서 수술받고 싶어요...”
순간 당황했습니다. 자궁적출술을 결정하신 것과 처음 보는 부인과 여의사에게 수술을 맡기신 것에 놀랐습니다. 환자분은 민트병원에 대한 신뢰 하나로 모든 것을 신속하게 결정하였습니다. 나는 그 믿음과 신뢰에 감사드리며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수술을 준비하였습니다.
이전에 한 번의 근종절제술과 많은 시술을 받으셨기 때문에 복부 내 심한 유착이 의심되었고 MRI상 양측 요관이 근종에 눌려 늘어나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런 환자분의 경우 수술 중 합병증이 생길 위험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민트병원 혈관센터 원장님들과 자궁특수클리닉 원장님들이 모여 수술 전 처치에 대해 논의하고, 수술 전 요관삽입술, 수술 시 혈관센터 외과 원장님과의 협동 수술을 계획하였습니다. 나는 10여년간 수술적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한가지 갖게 된 원칙이 있습니다. 수술을 시작하기 전까지 환자분의 상태를 모두 예측할 수 없고 그래서 수술 전 환자분의 상태를 꼼꼼히 파악하고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환자분은 조금 번거롭고 힘들지만 수술 전 처치 과정을 믿고 따라주셨고 모든 준비 후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환자분의 상태는 우리들의 예상대로 유착을 동반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순간 환자분이 이런 심한 유착을 동반한 거대자궁근종으로 얼마나 힘드셨을까, 식사는 제대로 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외과 원장님과 협업하여 5시간에 걸친 긴 수술을 진행하였습니다. 다행히 큰 문제없이 수술을 마쳤습니다.
길고 큰 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도 환자분은 하루가 다르게 컨디션이 회복되셨고 회진 돌 때마다 잘 이겨내줘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렸습니다.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로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민트병원에서 시행한 첫 수술, 대학병원에서도 보기 힘든 거대자궁근종과 심한 복강내 유착, 그리고 환자분의 두터운 신뢰. 나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환자분입니다. 수술 후 한 달 뒤 웃으면서 외래 진료실을 들어오시던 환자분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감사했고 앞으로도 외래에서 밝은 모습으로 뵙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