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혈액투석환자의 손 저림
민트영상의학과 배재익 원장
투석환자에게 주로 나타나는 손 통증
투석혈관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 중 투석할 때 손이나 손가락이 끊어져 나갈 듯이 저리고 아프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투석환자가 손이 저리다고 하면 흔히 ‘수근관’(수근터널증후군)이라고 많이 알려진 신경 문제를 먼저 생각합니다만 투석혈관으로 인하여 손까지 피가 잘 가지 않아 손이 아픈 경우도 많습니다.
수근관이란 손으로 가는 신경이 손목 부위를 지날 때 지나는 터널 같은 구조물인데 투석환자에서는 이 터널이 비대해지기 쉽습니다. 터널이 비대해지면 신경이 지나는 길은 좁아지고 이 때문에 신경이 눌려집니다. 신경이 눌리면 대개 손에 전기가 오는듯한 저릿저릿한 느낌을 유발합니다. 손목 부위를 두드리거나 자극하면 더 저리고 아픕니다. 마치 척추디스크 때문에 다리로 가는 신경이 눌려져서 저릿저릿한 느낌이 드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요.
투석하는 팔 쪽의 손이 전기 오듯이 저릿저릿하게 아픈 것이 아니라면 신경보다는 혈액순환 문제를 생각해야 합니다. 손으로 피가 잘 가지 않으면 손이 저리거나 시리거나 아린 느낌으로 아픕니다. 혈액투석을 하는 동안에는 일시적이지만 몸 속의 피가 부족한 것처럼 되어 혈압이 떨어지므로 손까지 피가 더 못 가게 되어 증상이 더 심해집니다. 피가 잘 가지 못해서 아픈 것을 ‘허혈’ 이라고 합니다.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손의 허혈이 있는 경우가 투석환자의 2-8% 정도이고 노인환자나 당뇨환자, 죽상동맥경화가 심한 환자들에서 더 잘 생긴다고 합니다.
투석환자의 손 통증의 이유
투석혈관과 관련하여 손에 허혈 증상이 생기는 기전은 사람에 따라서 조금씩 다릅니다만 크게 둘로 나누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투석혈관으로 너무 많은 피를 뺏겨서 손으로 갈 피가 모자라게 되는 경우
2) 손으로 피를 보내는 동맥이 원래 좋지 않은데 투석을 하면서 혈압(피가 흘러가는 압력)이 떨어지게 되어 피가 손으로 더 가지 못해서 아프게 되는 경우
먼저 1)의 경우를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투석 혈관이란 사실 동맥으로 지나가는 피의 일부를 정맥으로 빼 돌려서 혈류를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발달시킨 정맥을 말합니다. 그런데 투석혈관이 너무 발달하게 되면 연결된 동맥에서 피의 일부분만 뺏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빼앗을 수도 있고 심지어는 연결된 동맥뿐 아니라 인접한 동맥의 피도 빼앗아올 수 있습니다. 의학적 용어로 하자면 도둑질해간다는 의미로 ‘도류’라고 하고 의학용어로는 ‘steal 신드롬’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경우의 치료는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원칙은 과하게 발달된 투석혈관 크기를 줄이거나 인접한 동맥에서 피를 뺏어가지 못하게 길목을 차단해 주어야 합니다.
▲ 손으로 가야 하는 동맥피(빨간색 화살표)가 손가락까지 가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투석할 때 손가락 끝이 매우 시리고 아픈 환자의 검사 소견입니다. 팔에서 손으로 가는 동맥을 조영하면서 손목과 손 부위를 1초 간격으로 촬영한 것입니다. 좌에서 우로 차례대로 보면 손으로 가야 하는 동맥피(빨간색 화살표)가 손가락까지 가지 않고 반대쪽 동맥(파란색 화살표)으로 건너가서는 투석혈관(노란색 화살표)를 통해 빠져나가 버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피를 뺏어간 반대쪽 동맥 연결 지점을 끊자 손가락까지 피가 흘러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동맥피를 뺏기지 않도록 반대쪽 동맥과 연결된 지점을 끊어주어야 합니다. 동맥을 막기 위해서는 굳이 수술을 해서 동맥을 찾아서 묶지 않아도 관을 통해서 동맥 안에서 동맥을 막는 장치(코일)를 사용하면 쉽게 필요한 부분을 막을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는 같은 환자에서 피를 뺏기는 길목 막고(검은색 화살표) 나서는 손으로 가야 할 동맥피(빨간색 화살표)가 투석혈관 쪽으로 뺏기지 않고 손가락(노란색 화살표) 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시술 전 ▲ 시술 후
손의 온도를 적외선 영상으로 촬영해보면, 시술하기 전(왼쪽)에는 손등까지만 노란색과 붉은 색이 보이고 손가락은 파랗게 차갑습니다만, 시술 후(오른쪽)에는 손가락 끝까지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보여서 손가락 전체가 매우 따뜻해 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2)의 경우를 예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투석할 때 손이 너무나 시리고 아픈 환자의 팔뚝과 손 부위를 촬영한 영상입니다. 사진을 보면 동맥 하나는(빨강색 화살표) 투석혈관(노란색 화살표)으로 연결되어 손목에서 빠져나가 버리고, 손으로 피를 보내야 하는 나머지 동맥 (파란색 화살표)은 막혀 있어서 손으로는 약간의 가는 샛길을 통해서 가는 혈류만 보입니다.
이 환자를 동맥으로 접근한 다음 막힌 동맥의 길을 찾고 풍선관으로 확장성형(분홍색 화살표)하여 개통하는 모습입니다.
치료 후에는 막혀있던 손으로 가는 동맥(파란 색화살표)이 개통되고 손으로 가는 혈류가 훨씬 개선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혈액투석환자에서 손이 차가 시리고 아픈 증상이 있다면, 특히 증상이 투석할 때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면, 손으로 가는 혈류가 부족(허혈)한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고, 이러한 허혈은 쉽게 혈관조영검사로 확인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에는 혈관내에서 적절한 치료로 교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