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과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발견이 늦어지기 쉬운 암으로 꼽힌다. 특히 간은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고위험군에서 작은 결절이 생겨도 초음파만으로 병변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췌장 역시 복부 깊숙한 곳에 위치해 일반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관찰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간·췌장 질환이 의심되거나 기존 검사에서 애매한 병변이 확인된 경우, 복부 MRI가 정밀 평가 검사로 활용된다. MRI는 방사선 노출 없이 조직의 미세한 차이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간 종양, 췌장 병변, 담관 구조 등을 보다 세밀하게 살피는 데 도움이 된다.
흔히 ‘간암’이라 부르는 간세포암은 대부분 B형·C형 간염, 간경변증 등 고위험군에서 발생한다. 간암 고위험군은 통상 6개월마다 간초음파와 혈청 알파태아단백검사(AFP)를 통한 정기 감시가 권고된다. 다만 초음파상 병변이 명확하지 않거나, 작은 결절이 새롭게 보이거나, 과거 간세포암 치료력이 있어 재발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에는 조영증강 CT나 MRI 등 정밀 검사가 추가될 수 있다.

#복부 깊숙한 곳까지 관찰 가능한 MRI검사
특히 간세포 특이 조영제인 가도세틱산, 이른바 프리모비스트를 이용한 MRI는 간 결절의 혈류 변화와 간세포 기능을 함께 평가할 수 있어 작은 병변의 성격을 판단하는 데 유용하다. 1㎝ 미만의 아주 작은 결절은 MRI에서도 단번에 암으로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지만, 일정 간격으로 변화를 추적하면 조기 진단과 치료 방침 결정에 도움이 된다.
조기 진단이 까다로운 췌장 질환에서도 정밀 영상 검사의 중요성이 크다. 췌장은 위와 장 뒤쪽의 후복막에 위치해 있어 일반 복부 초음파 검사 시 장내 가스나 주변 장기에 가려 몸통과 꼬리 부위의 병변을 놓치기 쉽다. 또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모호해 등 통증, 이유 없는 소화불량, 체중 감소, 황달, 갑작스러운 당뇨병 악화 등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병이 진행된 경우도 적지 않다.
김영선 민트병원 MRI이미징 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은 “췌장은 해부학적 위치상 일반 건강검진이나 초음파 검사만으로 전체 구조를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췌장 질환이 의심되거나 가족력, 췌장 낭종 등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CT, MRI·MRCP, 내시경초음파 등 정밀 검사를 환자 상태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민트병원 김영선 원장(간담췌 복부 전공, 영상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MRI와 MRCP는 췌장 실질뿐 아니라 췌관과 담관 구조를 함께 확인할 수 있어 췌장 낭성 병변, 담관 확장, 작은 췌장 병변 평가에 활용된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췌장 MRI 선별검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평균 위험군에서는 무분별한 검진보다 증상, 가족력, 기존 영상검사 결과, 당뇨병 발생 양상 등을 종합해 의료진과 검사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기존 복부 MRI의 비용 부담을 낮추고 필요한 부위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췌장과 주변 담관 부위를 중심으로 촬영하는 췌장 스크리닝 MRI 프로그램도 도입되고 있다. 이는 일반 건강검진에서 확인이 어려운 췌장 부위를 보다 정밀하게 살피려는 목적의 검사로, 고위험군이나 췌장 질환이 의심되는 사람에게 선택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
김 원장은 “간과 췌장 질환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선택지가 넓어지고 예후도 달라질 수 있다”며 “정밀한 영상 검사만큼 중요한 것은 검사 과정에서 의료진 안내에 따라 복부 호흡을 잘 유지하는 것이다. 호흡 협조가 잘 이뤄져야 영상 왜곡을 줄이고 보다 정확한 판독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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