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자궁근종, 난소암 등 10여 가지 자궁 관련 질환으로 자궁을 절제하는 수술건수가 연평균 3만8000건에 이른다. 산부인과 영역에서는 제왕절개 다음으로 많이 하는 수술이다. 이중 자궁암 등 악성질환에 따른 절제술은 전체의 약 10%에 불과하다. 자궁절제술로 치료하는 가장 빈번한 원인 질환은 따로 있다. 바로 ‘자궁근종’이다.
자궁근종은 자궁의 대부분을 이루는 두꺼운 근육, 즉 평활근에 발생하는 양성종양이다. 특별한 원인은 밝혀진 것이 없다. 35세 이상 여성의 절반이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하기 때문에 종종 ‘감기’로도 비유된다. 대부분은 이렇다 할 증상이 없고 악성으로 변할 가능성은 단 1% 미만에 그친다. 생명에 큰 지장이 없다는 뜻이다. 일부 자궁근종의 경우, 발생위치나 크기 및 개수에 따라 특정한 이상 증상들을 유발한다. 월경과다, 비정상 자궁출혈, 심한 생리통, 빈혈, 복부 압박감, 빈뇨감 등이다.
민트병원 부인과센터 김하정(산부인과 전문의) 원장은 “자궁근종은 자궁의 근육층을 키우고 자궁내막을 과하게 증식시키면서, 생리와 관련된 직접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며 “내원하는 환자들 중에는 산통에 버금갈 정도로 생리통증이 너무 심하다거나, 밤에는 이불을 적실 정도로 생리량이 많다는 분들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자궁근종은 발병 후에도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영향 등으로 크기가 점점 커지거나 개수가 늘어날 수 있다. 이로 인해 없던 증상들이 새로 생기기도 하고, 임신과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6개월 간격의 주기적인 검진이 필수인 이유다.
자궁근종을 치료하는 방법은 많다. 흔히 알고 있는 근종절제술도 일반 절개, 단일공 복강경, 자궁내시경, 로봇 수술 등 자궁 진입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된다. 수술의 부담을 줄이고 증상을 완화하는 목적의 비수술도 자궁근종색전술, 초음파하이푸, MR하이푸, 고주파 용해술 등으로 다양하다.
김하정 원장은 “자궁근종은 타 질환과 다르게 치료법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지만, 아직도 자궁절제술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명확한 적응증이 아닌데도 더 이상 임신 계획이 없거나, 자궁근종의 재발 가능성이 높다거나, 암의 발생을 원천봉쇄한다는 이유로 고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궁 절제는 ‘기계에서 녹슨 부품을 떼어내는 것’과 같은 행위로 치부될 수 없다. 신체와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여성성 상실감으로 인한 우울증, 요관 및 방광 등 자궁과 인접한 장기의 손상, 갑작스런 폐경으로 인한 폐경기 증후군, 근골격계 약화현상, 성기능 장애, 질 건조로 인한 성교통, 갑작스런 노화, 관절염의 악화 등이 있다.
최근에는 자궁 절제가 심장병과 대사증후군 등을 유발한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북미폐경학회 학술지에 실린 미국 메이요 클리닉 산부인과 전문의 섀넌 러플린-토마소 박사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자궁을 절제한 여성은 타 여성에 비해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심장병 발병률은 3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김재욱 원장은 “자궁근종으로 인한 자궁절제술은 ‘기능을 다한 자궁은 불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 아래, 그동안 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이나 치료기준에 의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궁절제술은 환자와 의사 모두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최후의 수단”이라면서 “특히 환자는 치료법을 결정하는 주체자로서 자궁근종이라는 질병에 대해 확실히 알고, 각 치료법의 장단점을 충분히 인지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며, 의사도 이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객관적으로 알기 쉽게 제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