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를 1시간마다 갈아야 한다? ‘자궁근종·선근증’ 의심
기사입력 2017-11-06 16:02
#주부 이모 씨(36)는 3~4개월 전부터 외출에 신경이 쓰일 정도로 생리혈이 많아졌다. 패드를 갈고 나서도 금세 밑이 흥건해졌다.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러다 생리기간이 아닌데도 하혈을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아기 주먹만한 시커먼 덩어리 하혈까지 쏟아졌다. 덜컥 겁이 나 집 근처 산부인과로 가니 “자궁근종이 너무 크고 자궁에 꽉 차 있어, 자궁적출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이 씨는 “하혈이 자궁근종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둘째를 계획 중인데 너무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자궁근종은 자궁의 근육세포가 이상 증식하는 양성 종양이다. 35세 이상 여성의 40~50%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고 빈번하다. 가임 기간 동안 여성호르몬의 주기적인 자극으로 커졌다가, 폐경기가 되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궁내막조직이 자궁 근육 속에 흩어져 자궁 전체를 키우면 자궁선근증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두 질환은 생명을 위협하지 않으므로, 별다른 증상이 없다면 정기적으로 관찰하며 지켜보는 것이 적당하다. 하지만 생리과다, 하혈, 빈혈, 생리통, 배변장애, 하복부 압박감 등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면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이 중 가장 흔하게 겪는 증상은 생리과다이다. 정상적인 생리는 3시간에 1번꼴로 패드를 갈고, 밤에는 생리대를 교환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대형 패드를 1~2시간마다 갈거나, 평소와 비교해 출혈량이 지나치게 많다면 자궁근종 혹은 자궁선근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김하정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생리과다 시에는 양도 많을 뿐만 아니라 생리혈에 크고 작은 덩어리가 많이 섞이며, 숨이 차고 어지러운 빈혈증상, 생리통 등이 동반될 수 있다”면서 “꼭 자궁근종이 아니더라도 냉증, 자궁내막증, 자궁암, 골반염, 용종 등 기타 자궁질환은 아닌지 전문의의 검진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단, 사춘기, 출산 직후, 폐경기일 경우에는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생리양과 주기가 불규칙할 수 있어 좀 더 지켜봐도 무방하다”고 조언했다.
자궁근종 치료는 전통적으로 자궁 적출이 빈번했다. 자궁은 ‘기능을 다하면 쓸모없는 장기’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환자 연령대가 낮아지고, 고령출산이 많아지면서 MR하이푸, 색전술, 단일공 복강경 절제술 등 자궁을 보존하는 치료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MR하이푸는 고해상도 MRI영상을 보면서, 체내를 투과하는 치료용 초음파를 이용해 자궁근종을 태우는 치료다. 정밀 진단장비인 MRI을 하이푸(집속 초음파 치료)와 접목해 치료의 안전성을 높여 눈길을 끈다. 칼을 대거나 주삿바늘을 사용하는 침습행위가 없고 회복이 빨라, 수술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이나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특히 선호한다. 자궁근종 색전술은 사타구니에 2㎜정도의 절개를 한 뒤, 가느다란 튜브로 혈관 속을 타고 들어가 자궁근종으로 이어지는 혈관을 색전물질로 막는 시술이다. 두 시술 모두 자궁근종의 물리적인 제거가 아니라 불편한 증상을 호전시켜 자연스런 치유를 유도한다.
단일공 복강경 절제술은 배꼽으로 진입하는 최소의 침습으로 근종을 절개한다. 복부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는 일반적인 복강경 수술과 달리 흉터가 거의 없고, 통증이 덜하다.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김재욱 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은 “자궁근종의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 치료법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면서 “자궁근종의 위치와 구성성분에 따라 유형을 판별하고, 치료 이력과 환자의 선호도까지 함께 고려한 후에 최적의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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