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병원 하이푸 장비는 어느 회사거에요?”
글 :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김영선 원장/의학박사(영상의학과 전문의)
“그 병원 하이푸 장비는 어느 회사거에요?”
자궁근종의 진료현장에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이 질문은 중요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렇게 애매한 답변을 드릴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중요한 이유는 장비가 초음파하이푸인지 MR하이푸인지 구별하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매번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MR하이푸는 실시간 온도측정이 가능(이를 바탕으로 에너지를 조절)하고 자궁뿐 아니라 주변장기에 대해 보다 우수한 영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안전성 측면에서 명백하게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중요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초음파하이푸 vs. MR하이푸는 어떤 영상을 보면서 치료를 진행하는지에 따른 분류이고 각 방식의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들은 여럿입니다. 물론 아주 초창기 장비보다는 최근에 나온 장비가 기능이나 편의성에서 어느 정도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6-7년 내에는 (최소 자궁근종 분야에서는) 하이푸 기술의 혁신이라고 할만한 발전은 없었기 때문에 아주 오래 전에 생산되어 업그레이드 되지 않은 아주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치료결과나 안전성 측면에서 하이푸 장비의 회사에 따른 차이는 사실 거의 없습니다. 각 회사에서는 열을 내며 자사 기종의 장점을 홍보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 차이는 도토리 키재기 수준입니다.
하지만! 저의 개인적 경험, 주변 전문가와의 의견 교환, 학회나 논문을 통한 간접체험을 통해 확신하는 것은 바로 “시술자의 임상경험”이 치료효과나 안전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자라는 사실입니다.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것이 기종에 따른 차이보다 최소 100~1000배 이상 중요합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임상경험이란 하이푸 치료에 적합(치료효과+안전)한 케이스를 얼마나 잘 구별해낼 수 있는지, 많은 시술 경험을 통해 사용하는 장비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소위 “깜”을 터득했는지), 매 시술마다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을 어떻게 잘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을 의미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 경험을 쌓으면 그 순간부터는 능력향상의 정도는 작아지는 것이 사실이고 (이를 흔히 learning curve effect, 학습곡선효과이라고 부릅니다), 얼추 수백번의 치료를 경험하면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이푸 치료가 생각보다는 복잡해 일반 수술이나 다른 시술보다 learning curve effect가 매우 긴 편입니다.
“그 병원 하이푸 장비는 어느 회사거에요?”라는 질문이 자주 나오는 이유는 사실 장비회사나 병원의 과도한 마케팅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정작 중요한 “임상경험”이라는 것을 덮어 버리고자하는 좋지 않은 의도도 엿보입니다. 그런 것에 현혹되지 않는 현명한 의료소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