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어머니 하지정맥류 있을 때,
딸 골반통 있다면 '이것' 우려
[서울=내외뉴스통신] 박수진 기자 =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거주하는 웹디자이너 이 모 씨(22)는 2년 전부터 생리전증후군이 유독 심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리시작 전 뱃속이 묵직한 듯 불쾌감이 느껴지고, 밑이 쏠리는 느낌이었다. 어머니에게 지나가듯 얘기했더니 '자신도 그렇다'는 말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2년을 보내다 직장인 건강검진에서 CT를 촬영하던 중 '골반울혈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다. 생소한 질환임에 당황했지만, 통증의 원인을 알게 돼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골반울혈증후군이 일종의 정맥류라는 이야기를 듣고 치료계획을 세우고 있다.
골반울혈증후군은 난소정맥 속 판막이 고장 나 혈액이 역류하면서 골반 내 정맥총(혈관덩어리)에 울혈이 생기는 일종의 난소정맥류다. 골반 내 혈액이 심장 방향으로 흐르지 못한 채 골반 내에 뭉쳐 있어 통증이 유발된다.
이는 여성 만성골반통의 대표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질환명이 생소한 것은 골반은 특성상 통증이 모호하게 느껴지다보니 명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까다롭기 때문이다. 정형외과, 한의원 등을 다니다 '그냥 만성통증인가보다'하고 넘기는 환자도 상당수다.
골반울혈증후군의 대표증상은 생리 직전에 느껴지는 복부 불쾌감, 허리·엉덩이 통증이다. 김건우 민트병원 정맥류센터 원장은 "흔히 하지정맥류로 다리가 저리듯, 골반울혈증후군이 나타나면 골반 인근 부위가 붓고 쥐가나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즉 골반 부위에 피가 쏠리고 회복은 되지 않는 것인데, 이런 경우 성관계 후 성교통이 나타나 부부관계도 소원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골반울혈증후군은 흔히 출산경험이 있는 여성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다산한 산모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은 출산과정에서 정맥판막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정맥판막 손상 횟수도 늘어 결국 골반울혈증후군이 유발될 확률이 커진다.
하지만 최근엔 출산경험이 없는 20대 초반 젊은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김 원장은 타이트한 옷을 즐겨입거나,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거나, 오래 앉거나 서 있는 등 생활습관도 문제가 되지만, 이보다 부모가 정맥류를 갖고 있는 경우 유발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건우 원장은 "정맥류도 유전의 영향을 받는다"며 "부모가 하지정맥류 등을 갖고 있는데, 원인모를 골반통증이 지속된다면 영상의학과를 찾아 검진받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실제로 우리 병원에도 미혼인 딸이 골반울혈증후군을 치료한 뒤 어머니도 같은 질환으로 진단받고 함께 치료한 사례도 적잖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골반울혈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지표는 회음부정맥류, 사타구니·엉덩이 정맥류의 존재 여부다. 만약 허벅지 안쪽, 음부 등에 면발처럼 튀어나온 혈관이 만져진다면 골반울혈증후군이 있을 확률이 높다.
골반울혈증후군으로 진단받은 경우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3개월 정도 약물 치료를 한다. 심한 경우에도 색전술로 비교적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
골반울혈증후군(골반정맥류) 색전술은 인터벤션 시술의 일종으로, 2㎜ 가량 얇은 카테터를 혈관 속에 넣어 역류된 곳을 찾은 뒤 문제 혈관을 차단한다. 이를 통해 피가 모여 늘어난 정맥이 단단히 굳으면서 혈류가 차단돼 증상이 호전되는 원리다. 정체됐던 혈액은 문제 혈관의 주변 정맥으로 고르게 퍼지면서 정상 흐름을 되찾게 된다.
김건우 원장은 "골반정맥류 색전술은 시술 합병증이 없고, 기존 치료법에 비해 입원 기간이 짧은 게 장점”이라며 “안전하고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간단한 시술이면서 통증 감소 효과가 커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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